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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PEC 정상회의 D - 30] "6자회담 성명 지지"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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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동백섬. 이름 그대로 동백나무가 우거져 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도입부에 등장하는 명소다. 이곳에 서면 눈앞에 태평양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부산의 상징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운대 해수욕장 서쪽에 있는 이 섬은 APEC 회의를 앞두고 1년 전에야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군 초소 16곳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이 섬의 바다 쪽 끝부분에 최근 완공된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찾는 등 정부는 APEC 정상회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기에 분주하다. 이곳에선 다음달 19일 APEC 참가 21개국 정상들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회의가 열린다.

◆ 조류독감 대책도 논의=APEC은 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협의체다. 참가국 정상들은 18일 첫 전체 정상회의에서 무역자유화 방안을 중점 논의한다. 이번에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부분은 농업과 서비스업까지 포함하는 전반적인 시장 개방 문제다. 다음날 두 번째 정상회의에선 무역자유화를 위한 환경 문제가 거론된다. 무역자유화에 방해가 되는 테러에 관한 안전조치 문제 및 테러단체가 잘 이용하는 무기들의 수출통제방안 등 정치적 이슈가 다뤄진다. 특히 올해엔 세계적으로 번진 조류독감에 대한 국제적인 예방.치유 대책도 논의한다.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세계 기업인 최고경영자 회의에선 500명 안팎의 유명기업 경영자가 '사업하면서 뇌물을 주지 말자'는 반부패서약을 선언할 계획이다. 홍콩 리앤펑 그룹 빅터 펑 회장, 미국 거대 보험회사 AIG 마틴 설리번 사장, 송도신도시 개발사업을 맡은 미국 게일그룹 존 하인즈 사장 등이 참석을 통보해 왔다.

◆ 한반도 평화 문제 논의될 듯=APEC은 경제 문제를 다루는 협의체인 만큼 회의에서 정치.군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최국 사정에 따라 경제외적 안보 이슈를 정상 선언문이나 별도 성명에 담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6자회담 공동성명문에 대한 지지 입장을 끌어내기로 방침을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초 우리 정부의 구상은 APEC 비회원국인 북한 대표를 특별 초청국으로 불러 6자회담 공동선언문 채택으로 고조된 한반도 평화 무드를 더욱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동성명 채택 후 경수로 문제와 미국 내 강경파의 심상찮은 움직임 등으로 북.미 관계가 주춤대며 정부 구상이 다소 헝클어졌다. 임박한 일정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도 북한 대표단의 초청은 어려워졌다. 그러나 APEC 직전에 5차 6자회담이 예정돼 있고, 6자회담 참가국인 미.중.일.러 정상들 간에 대화통로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 활발하게 이어질 정상회담=미.중.일.러 등 4강을 포함해 21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회담기간 중 정상들 간의 양자회담이 시간대별로 계속된다. 우선 노 대통령이 4강과의 정상외교를 포함해 6~7차례의 정상회담에 나선다. APEC 기간중 부산을 찾은 각국 정상마다 대체로 5~6차례의 정상회담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정상들의 양자회담을 위해 벡스코(BEXCO, 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 회담장이 마련돼 있다. 특급호텔 하나를 통째로 전세 낸 미국 등의 경우 호텔에서 릴레이 정상회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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