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의 두 귀재 창과 방패로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 장면 1

'생각 즉시 행동'

S&T중공업(옛 통일중공업) 본사 현관에는 최평규 회장이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행동 강령이 붙어있다. 누구보다도 이 강령에 충실한 사람은 최 회장이다. "시너지가 난다면 언제든지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온 그는 2002년 8월부터 2004년 4월까지 5개월에 한 개 꼴로 기업을 인수했다. 그는 지금도 STX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 해당 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 장면 2

"보고할 것이 있으면 계열사 직원 누구든지 내게 e-메일을 보내라."

최근 3년간 7개 기업을 인수 또는 설립한 임병석 쎄븐마운틴 회장은 최근 집안 단속에 열중하고 있다. 인수한 기업의 대부분이 법정관리 기업이어서 의사 결정이 느리고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점에 주목해 e-메일 직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단돈 500만원으로 창업해 15년 만에 자산규모 1조4000억원의 중견 그룹을 일구고, 계열사 정비에 나섰던 그가 최근 M&A의 표적이 됐다.

M&A의 귀재로 불리는 두 회장이 세양선박을 사이에 두고 맞닥뜨렸다.

◆ 경영에서도 수완 발휘=공학도로 기계회사 대리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최 회장과 항해사 출신으로 해운사 회장이 된 임 회장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M&A에 나섰다.

최 회장은 2002년 8월 경우상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S&T 중공업, 호텔설악파크, 대화브레이크 등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150억~200억원의 평가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회장은 파격적인 행보로 화제를 낳는 기업가다. 2003년 3월 S&T중공업을 인수한 직후 그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첫 경영설명회를 열었으나 단 한 명만 참석하자 한 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강행했다. 또 직원 1150명에 주식 7000여주를 액면가로 나눠주기도 했다. S&T중공업은 최 회장이 인수한 후 22년 만에 배당을 실시했다.

임 회장은 2002년 8월 치열한 경쟁 끝에 세양선박을 인수하면서 해운그룹의 틀을 다졌고, 건설업체인 우방을 사들여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세양선박이 M&A에 휘말린 상황에서도 18일 동남아해운 인수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임 회장이 인수한 진도는 지난해 8년 만에 흑자를 냈다.

◆ 서로 다른 스타일=최 회장은 계열사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주로 S&T중공업 창원 공장에서 지내면서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구성하는 업무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그룹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주력 사업의 특성을 살려 해양소년단 등 사회단체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다.

세양선박을 둘러싼 지분 경쟁에서도 양측의 시각이 크게 엇갈린다. 최 회장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전체 경영권에 비상이 걸린 임 회장 측은 "최 회장에게 정도를 갈 것을 요청한다"며 "최 회장이 M&A설을 퍼뜨려 작전을 한다는 설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지분 경쟁이 가열되면서 세양선박 주가는 18일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기업 사정에 어두운 개인투자자가 M&A 호재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