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0대 치매 재력가, 여비서와 재혼은 무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건설업체 회장 A씨(76)는 2000년 횟집에서 일하던 B씨(51·여)를 만났다. 재력가인 A씨는 횟집을 차려 B씨를 지배인으로 고용했다. 영업 부진으로 횟집이 문을 닫게 되자 2006년부터는 자신의 비서로 채용했다. 매일 함께 점심을 먹고 매주 목요일엔 함께 성경 공부도 했다. 부인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던 2012년 2월부터는 동거에 들어갔다. 부인과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자 2013년 2월 B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 아들(47)은 “아버지가 혼인에 합의할 의사 능력이 부족했다”며 혼인 무효 소송을 냈다. “아버지가 2006년부터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등 기억력 감퇴 증상을 보였고 2011년부터는 중증 치매 환자였다”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권양희 판사는 A씨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권 판사는 “진료 기록 등을 보면 혼인 신고 당시 A씨가 알츠하이머 중기의 치매 상태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사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혼인신고 전부터 사실혼 관계였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양쪽 자녀 모두 혼인신고 사실을 몰랐고 최소한의 왕래도 없었다”며 “ 사실혼까지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권 판사는 “혼인신고 후에도 B씨가 계속 A씨에 대한 호칭을 ‘회장님’으로 했다는 점을 종합해보면 A씨의 혼인 의사가 추정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전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