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항명으로 받아들이던데"-"보기 나름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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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어색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17일 오전 김종빈 검찰총장이 과천 정부종합청사를 방문,천정배 법무장관과 퇴임인사를 하고 있다.(과천=연합뉴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 14일 사표를 제출했던 김종빈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퇴임식을 갖기 위해 평상시처럼 오전 9시께 서초동 대검청사로 출근했다.

김 총장은 미리 대기하던 취재진을 향해 "오늘도 이렇게 환영인파가 많이 나왔네요"라고 먼저 말을 건넨 뒤 1분여간 취재진의 질문에 간단히 응답하고 8층 집무실로 향했다.

김 총장은 "청와대는 사실상 항명으로 받아들이던데"라는 말에 "보기 나름이죠"라고 짧게 대답했고 "청와대의 뜻을 수용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뜻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어제 (정상명 차장을 통해)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사건은 총장 한 사람의 사퇴로 끝나야 한다. 조직적 동요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선의 반발이나 동요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우려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검찰이 추구하는 정치적 중립은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검찰은 국민의 신뢰 위에 존재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이날 발언은 일선에서 동요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저해할 우려가 많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대법원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을 만난 뒤 11시 천 장관을 면담하고 오후 1시30분 기자간담회를 가진 후 오후 3시 퇴임식을 할 예정이다.

한편 평검사급 대검 연구관들은 김 총장의 퇴임식 후 별도 회의를 열고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김 총장의 사퇴, 청와대의 강한 경고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대검 한 관계자는 "모여서 각자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요구가 있어 회의 개최를 검토중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안건을 정한 것도 아니고 민감한 시기여서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청와대에서 항명으로 받아들이는데...

"보기 나름이죠."

-검사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어제 얘기를 이미 했다. 이번 사태는 총장 한사람의 사퇴로 끝나야지 조직적 동요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려스러운 게 있다면...

"검찰이 추구하는 정치적 중립은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신뢰에 있다."

-청와대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가.

"그런 뜻은 아니죠."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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