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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용 영자 표기 혼란 제대로 된 규칙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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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국제어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굳혀가고 있다. 하지만 세종 28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래 올해 559돌 한글날을 맞을 때까지 우리는 한글로 우리의 성과 이름을 표기해 왔다. 일제 치하에선 창씨개명을 거부하며 목숨을 바친 사람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도 국문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는 규칙이 없어 혼동을 겪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구대성(Koo).박찬호(Park).박세리(Pak).최희섭(Choi) 선수 등의 성씨 표기법만 보더라도 이 혼돈을 실감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문 표기명(Roh Moo Hyun)을 President No가 아닌 President Roh로 표기해 달라고 주미 한국대사관이 미 중앙정보국(CIA)에 1년 이상 요청한 것 등은 단순한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한글의 우수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와 같은 영문 이름 표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우리 한글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어 철자와 발음에 근거한 인명용 영자 표기를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영어를 기준으로 인명용 영자 표기를 제정할 경우 영어가 우리 말과 글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면서 우리글인 한글도 보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양병선.전주대 영미언어전공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