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 분유, 엄마 젖만은 못 해도 잘 먹이면 쑥쑥튼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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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유아용 분유. 소비자들이 잘 알 듯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상품이다. 최근엔 6개월 이상 지난 아기들이 먹는 유아용 분유 및
유아식을 둘러싸고 '분유가 좋다' '유아식이 좋다'며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도대체 아기에게 어떤 분유를 먹여
야 할지 불안하다. 분유를 둘러싼 궁금증을 알아본다.

◆너무나 다양한 분유들=분유업체들은 대부분 분유를 1~4단계로 구분해 판매한다. 기본적으로 연령에 따른 구분이다. 한두 달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1단계는 태어나서 100일까지 ▶2단계는 100일~5개월(혹은 6개월) ▶3단계는 6~12개월 ▶4단계는 12개월 이후다. 이런 단계별 구분 외에도 일반 분유, 프리미엄 분유, 유기농 분유 등으로 나뉜다.

단계별, 성분별로 분유에는 각각 차이가 있다. 먼저 단계별로 강화하는 성분이 다르다. 1단계는 소화.면역력, 2단계는 빠른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3단계는 성장을 돕는 성분과 면역강화 성분 , 4단계는 두뇌발달 성분을 넣는다고 한다. 프리미엄급 제품이나 유기농 제품도 기본적인 강화 성분에선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프리미엄급 제품은 일반 분유에는 들어가지 않는 소화촉진 성분을 넣고, 유기농 제품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성분을 사용한다. 대신 가격차이는 크다. 일반 분유는 800g기준으로 1만6000~1만8000원 선인데 비해 프리미엄급 2만1000~2만3000원 선이다.

◆분유인가, 식품인가=1, 2단계 분유는 유(乳)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분유제품이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자란 유아에게 먹이는 3단계 이상 제품은 유성분 함량이 60%가 안 되는 제품이 많아 실제로는 분유가 아니라 식품인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유성분 60% 이하 제품을 조제식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유아용 분유업계에선 어린이 성장 발달에 분유가 더 좋은지 조제식이 더 좋은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성분 함량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업체는 "유당이 유아의 두뇌발달에 더 좋다"고 주장한다. 반면 함량이 낮은 업체들은 "유성분을 낮춘 조제식이 영양 성분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오히려 더 좋다"고 반박한다.

이 같은 유성분 논쟁은 올 초 정부가 모유 수유 촉진을 위해 유성분 60% 이상 함유된 분유제품 광고를 금지하면서 시작됐다. 유성분을 60% 아래로 낮춘 업체들은 3단계용 유아식을 광고하고 있는 반면 유성분이 높은 업체들은 광고를 하지 못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먹여야 하나=광고문제로 촉발된 분유업계의 논쟁에 소비자들만 답답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평가부 박혜경 과장은 "논쟁이 벌어지는 제품 간 아기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농림수산부 이성도 사무관은 " 분유든 조제식이든 영양.위생 기준에 적합하게 제조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것은 적어도 12개월까지는 모유를 먹이는 것이고, 분유는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며 "유성분 함량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유성분을 먹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유는 기본 재료가 우유든 산양의 젖이든 해당 동물에 맞는 성분이기 때문에 아무리 가공을 잘해도 모유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모유에 많이 들어 있는 '훼이'라는 단백질은 분유에 많은 단백질 '카제인' 보다 아기의 소화흡수에 월등히 좋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소아과 이근 교수는 "업체들이 주장하는 영양성분.두뇌발달 촉진 성분 등의 차이는 학문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모유를 먹이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엔 제품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아기에게 먹였을 때 가장 소화를 잘해내는 제품을 먹이면 된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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