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법제처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돌발 퀴즈를 내 김선욱 법제처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노 의원은 법전에 아직도 너무 어려운 법률용어가 많다며 김 장관에게 모두 10개의 한자 법률용어에 대한 뜻을 물었다. 김 처장은 이 중 감사원법에 나오는 장리(掌理.일을 맡아서 처리함)와 교통안전법에 등장하는 삭도(索道.케이블카 등의 케이블), 정려(精勵.부지런히 일함) 등 세 문제를 맞혔다.
김 처장은 그러나 몽리(蒙利.저수지 등 수리시설의 혜택을 입음), 분마(奔馬.급히 뛰는 말), 결궤(決潰.둑이 무너짐), 호창(呼唱.높은 목소리로 부름), 저치(貯置.저축하여 둠) 등 나머지 문제는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특히 이날 문제 중 형사소송법의 전촉(轉囑.다른 기관에 위촉함)과 민법의 위기(委棄.위임하고 포기함)는 아예 국어사전에도 없는 용어였다.
노 의원이 이날 즉석 퀴즈를 낸 이유는 법제처에서 제출한 법률한글화법이 단순히 한문에 한글음을 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법제처 장관이 문제를 틀린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며 "오늘 퀴즈를 풀면서 장관이 느낀 고충은 바로 일반 국민이 평소에 느끼는 고충"이라고 지적했다. 법대 교수 출신의 법제처장조차 모르는 법률용어를 국민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노 의원은 "법률한글화 사업은 단어에 음을 다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구거(溝渠)는 개울로, 정려는 노력으로 바꾸는 식으로 단어 자체를 실생활에 쓰이는 쉬운 말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법무부와 협조해 한문을 단순히 한글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언어로 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어 전문가를 채용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정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