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준비에 시달리는 북한주민 안방서도 사격조준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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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괴는 전쟁에 대비, 주민들에게 개인별로 비상배급을 준비시켜 매월 1회씩 이를 확인 점검하고 직장·지역단위로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가정에서까지 사격조준연습읕 시키고 있음이 밝혀졌다.
지난l일 임진강을 건너 월남귀순한 정범호씨(45·철원군신탄사업소 벌목노동자)는 9일상오 육군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폭로하고 북괴는 유사시 전주민을 대피시킬수있는 지하땅굴을 기관·공장·행정구역별로 산악지대에 파놓고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식국방부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된 회견에서 정씨는 귀순동기를 『당간부의 권력행패와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못해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생각으로 사선을 넘어왔다』고 말했다.

<사회상>
정씨는 현재 북한에서 세도를 부리는 부류는 「당일꾼」「사회안전부 일꾼」「행정간부」들이라고 지적하고 이들은 심지어 유부녀들까지 마음대로 농락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잘못보이면 불순계층으로 낙인찍혀 후방산간오지로 강제추방을 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북한사회에서는 생활용품 등의 공급부족으로 물물암거래 행위가 성행, 산나물이나 술을 군인들에게 제공하고 군인들이 입던 내의 등을 몰래 빼내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배불리 먹어봤으면』하는것이 북한주민들의 소원이라고 지적, 어쩌다 읍내식당에서 밥을 사먹을 기회가 오면 3일분의 노임을 식대로 지불하면서 한꺼번에 3∼4인분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귀순동기>
군에서 6년간 복무하는동안 동네 「당세포비서」가 마누라를 당에 입당시켜준다는 구실로 수차례 정을 통했다. 이사실을 알고 참을수없어 78년 철원군재판소에 처와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나 상대가 「당세포비서」라는 배경때문에 묵살당했다. 「당세포비서」는 사회안전부와 공모, 군병원운전사로 있던 나를 신탄사업소 말단노동자로 강제이동시켰다.

<전쟁준비>
철원시내에서 8∼12km 떨어진 산악지대에 철원읍주민과 기관·기업소별 지하대피소가 마련돼있다. 대피훈련때는 각자 비상배낭을 메고 대피소까지 갔다가 당일 돝아오기때문에 기진맥진한 상태가되지만 노동자들은 12시간 노동보다 대피훈련이 더 좋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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