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업계 공동대응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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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애플컴퓨터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 첫 수입분이 일주일 만에 매진되며 큰 인기를 끌자 국내 업체들이 플래시 메모리 공동 구매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한국포터블오디오협회(KPAC)는 산업자원부의 중재로 6일 산자부 사무실에서 만나 MP3 플레이어에 들어가는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공동구매 방안을 협의했다. 레인콤.코원시스템.아이옵스 등 20여 개 MP3 플레이어 생산 업체로 구성된 KPAC는 "아이팟 나노 제품의 가격 파괴는 플래시 메모리를 싸게 공급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공동구매에 나서는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애플 등 대량 구매 업체와 국내 업체 간의 공급 가격 차이는 10%선에 불과하다"면서도 "KPAC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업체들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움직임 등 불만을 감안해 협의에 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불공정하게 싼 가격에 메모리를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필요하다면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KPAC 관계자는 "회원사의 필요량을 집계해 다음 주 제안서를 낼 예정"이라며 "공정위 제소는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가 이처럼 급박한 대응에 나서는 것은 지난달 23일 한국에 상륙한 아이팟 나노 제품의 인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아이팟 나노는 애플컴퓨터코리아 온.오프 매장에서 당일 매진되고 백화점에서도 2~3일 만에 첫 수입분 1만여 대가 모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예약을 받고 있는 애플컴퓨터코리아는 "이달 말께야 추가 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인기는 디자인이 좋은 데다 값도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이팟 나노는 2기가 제품이 23만원, 4기가 제품이 29만원인 반면 레인콤의 '아이리버 U10' 1기가 제품은 35만원이다. 애플은 대량 주문을 통해 메모리.음원 칩 등을 싼 가격에 확보했고, 유료로 판매하는 음원서비스 '아이튠즈'를 지원하기 위해 마진을 최소화했다.

아이팟 나노가 인기를 끌자 국산 MP3 플레이어의 가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 2월 29만9000원에 발매된 '아이리버 N10' 1기가 제품은 현재 22만원까지, 지난 3월 39만원이던 코원 아이오디오 G3 2기가 제품은 28만원대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소니 등은 하드디스크형 제품의 가격을 25~30% 내려 대응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레인콤 관계자는 "현재 가격 인하는 유통업체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제조사가 출고가를 낮춘 것은 아니다"며 "삼성과의 메모리 가격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동영상.FM라디오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국내 제품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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