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때 휴대전화 불법 감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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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국정원이 휴대전화 유선중계망 감청기(R-2)를 사용하며 광화문.구로.혜화 전화국의 휴대전화 통화와 유선전화가 연결되는 중계접속지점을 통해 감청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국정원이 KT 측에 대통령 승인서 사본을 제출한 뒤 해당 유선중계망 회선에 접속, 국정원 내부의 감청장치까지 연결하고 직접 감청 대상 번호를 입력했다"며 "대통령도 휴대전화 도청을 알았을 수 있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국가 안보 목적의 감청은 법에 따라 대통령 승인을 받지만 승인 요구서에 장비명.전화번호 등은 적지 않는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당시 승인서는 남아있지 않지만 국정원이 보여준 지난해 대통령 승인서에도 단체.사람 이름만 적혀있다"며 "국정원이 얼마든지 멋대로 불법 감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R-2는 휴대전화의 유선 중계구간에서 감청을 하는 장비로 국정원이 6세트를 자체 제작해 1998년 5월~2002년 3월 사용한 뒤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장비 폐기 당시 사진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또 "김은성 전 차장이 호텔 안가로 정치인들을 불러 불법 도청 자료를 가지고 '군기 잡기'를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고 질의했다. 국정원 측은 "전직 직원 조사권이 없어 김 전 차장을 조사하지 못해 모른다"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국정원 주요 간부 중 영남 출신 비율이 2000년의 21.4%에서 2005년 46.4%로 배 이상 늘었다"며 "특히 핵심 요직의 경우 영남 출신이 75%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특정 세력이 인사에 개입해 핵심 보직에 자기 사람 심기를 함으로써 조직 내부의 위화감과 직원 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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