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자동차』시대 멀지않다|미 모터롤러사, 시제품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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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동차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복잡한 배선과 부품으로 작동되는 현재의 자동차에 비해 훨씬 간편하고 안전하며 매력적인 기능을 가진 컴퓨터화된 자동차가 멀지 않은 장래에 거리를 누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자제품회사인 모터롤러사는 지난달 23개의 컴퓨터기능을 가진 반도체칩 등 신비로운 전자공학기술로 만든 미래의 자동차 모터카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차에 장치된 마이크로프러세서는 기억장치에 의해 상황에 따라 운전석이나 백미러를 4가지 방향으로 조절해주며 차창이나 도어로크를 운전석에 앉아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문의 이상 유무에서부터 연료소비, 완벽한 운행통제 장치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정보를 알려주는 계기판이 장치 되어있다. 특히 이 차에는 자동차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장치가 부착되어있어 자동차에 발생하는 모든 이상을 한곳에서 점검할 수 있다.
모터카의 주목할만한 기술혁신은 배선부분. 재래식 자동차는 모든 부품에 각각의 배선이 필요해 보통 각종전선 등이 5백여m나 들어있지만 모터카는 마이크로프러세서에 의해 작동되는 여러개의 전자부품들이 같은 선을 사용할 수 있어 복합선과 광섬유케이블 등 총75m의 배선만이 들어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차체를 따라 H자형으로 연결된 복합배선은 가벼워서 경제적이며, 정보전달능력이 질과 양에서 재래식 배선보다 뛰어나 설계를 다시 하지 않고도 갖가지 부품을 부착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전기통제가 용이하다.
모터롤러사의 기술진들은 『모터카는 전자공학이 얼마나 더욱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쾌적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3년 이내에 복합배선 등 컴퓨터자동차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실용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제작에 최초로 고도의 전자공학기술이 사용된 것은 연료효율개선과 배기가스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해결 등을 위해서였다.
연료효율 개선방법으로 70년대 후반부터 채택된 것이 차체의 소형화와 함께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것이 마이크로프러세서에 의한 연료와 공기의 배합이다. 마이크로프러세서를 사용하면 연료와 공기의 배합비를 1대14로 유지해 완전연소를 시킬 수 있어 연료가 절약된다.
미국의 경우 75년 「에너지정책과 보존법」을 제정, 73년 3.79ℓ(1갤런) 당 22.5㎞(14마일)의 주행거리를 85년 44.2㎞(27.5마일)로 높이는 연료효율 개선책을 펴 마이크로프러세서에 의한 연료와 공기배합으로 이미 그 목표를 달성했다.
마이크로프러세서를 이용한 자동차의 컴퓨터화는 배기가스에 의한 공해문제해결에도 큰 역할을 한다. 프로그램화된 연소·배기가스 감응장치 등은 질소화합물·일산화탄소 등 공해물질을 현저하게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자동차의 컴퓨터화는 이제 완성되거나 개발중인 전자부품을 효율적으로 종합, 안전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는 자동차생산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지의 자동자회사들은 이미 부분적으로 컴퓨터화된 고급승용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3년쯤 후에는 마이크로프러세서와 복합배선으로 각 전자부품들이 작동되는 일반 가정용 승용차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의 포드사는 이미 연간 3천5백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자동차 전자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선을 보인 자동차의 전자화된 부분은 전자변속기·전자자물쇠·디지틀시계·디지틀라디오·안전진단장치·디지틀속도계 등이 있으며 자동차의 안전성과 쾌적감을 높이기 위한 브레이크마모탐지기·타이어 압력변화 경보기·미끄러지지 않는 디지틀브레이크·집중력이 떨어지는 계기판 대신 음성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합성음에 의한 구두경보장치·차량간의 충돌을 예방하는 충돌방지 레이다 등은 개발중에 있다.
자동차가 컴퓨터화 되면 전자부품 등을 조정하는데 20여개의 반도체만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산자동차의 컴퓨터화는 현재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연료절감과 공해방지를 위한 적합한 마이크로프러세서 연료배합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국산승용차는 동급의 외제승용차보다 20∼30%의 연료를 더 소모하고 있으며 질소화합물·일산화탄소 등의 공해물질은 일본 규제치의 10배에 가까운 양을 그대로 배출하고 있다는 것.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세종 열기계실장은 『이제 국산자동차도 연료나 공해문제 외에도 안전성과 편리성 면에서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컴퓨터자동차시대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조만간 자동차를 내수용으로만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설 것이므로 외국제 자동차와 판매경쟁을 벌이려면 컴퓨터화가 필수적이라는 것.
이에따라 KAIST는 84년부터 자동차의 전자화를 국책과제로 선정, 우선 연료절약반도체를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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