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 사찰싸움 법정에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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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교 조계종의 고질적 병폐인 승려들의 법정시비와 주지임면을 둘러싼 알력이 재발, 종단안정과 화합을 갈망하는 많은 불자들의 우려를 빚고 있다. 총무원과 종회측의 대립 난기류속에서 가까스로 4월초파일 불탄 봉축행사를 성대히 마친 조계종은 1일 소집된 임시 중앙종회가 성원미달로 유회되고 법정소송-정면대결의 선전포고-타협 등의 막후갈등이 숨가쁘게이어지는 가운데 폭풍전야의「먹구름」을 미봉하긴 했다.
표면화직전에까지 이르렀던 총무원과 종회의 대립 기폭제는 전남 대흥사측의「종회의 대흥사주지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법정다툼을 재현, 지탄의 눈초리를 받은 대흥사주지 문제는 지난 75회 임시중앙종회(4월27∼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회는 대흥사의 홍도관주지를 2중 승적·승려품위실추라는 표면적 명분을 앞세워 전격「해임결의」했고, 이에 불복한 대흥사측은 소명자료를 총무원측에 제출함과 동시에 서울민사지법에「종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종회의장 당선무효확인 가처분신청」을 체출했다.
원래가 종회의 본사주지 해임결의는 「종회법」(제74조)에 근거를 두긴 했지만 마치 국회가 지방군수를 해임 결의한것과 같은 난센스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더우기 주지임면권은 총무원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권고결의」도 아닌 막바로의 「해임결의」는 종회만능주의라는 비난조차 없지 않았다.
물론 대흥사측의 법정송사도 출세간법을 따르겠다고 삭발염의한 승려들이 승단안의 문제를 걸핏하면 세간 법정으로 끌고 나온다는 거듭된 비판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승려들간의 세간법정다툼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8만대장경의 훌륭한 부처님법과 종단의종헌·종법이 있는한 있을수없는 비리라는게 불교계안팎의 공통된 생각이다.
어쨌든 대흥사의 가처분은 종회결의 효력정지청구가 지난17일 법원측에 의해 『이유있다』 고 받아들여졌다. 나머지 또하나의 가처분신청은 28일 판결 예정이었으나 타협을 통해 원고측이 취하함으로써 일단 수습되었다.
대흥사측의 가처분신청 승소는 종회의 위신과 존립명분을 여지없이 실추시켰고 종회입장을 사회상식상으론 『자체해산하고 재구성하는 수밖에없다』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고 말았다.
사태의 논리귀결이 이같이 긴박해지자 종회는 총무원측에 대흥사의 법정소송을 제어치 못한 책임을 물어 불교재산관리법개정문제를 다루기 위해 지난 16일자로 소집했다가 연기된 1일의 임시종회에서 총무원집행부를 불신임하겠다고 나왔다.
총무원은 이에 강경자세로 맞서 일부 종회의원의 자격문제를 제기, 「무자격자」임을 확인하는 법정소송을 서울민사지법에 재기했다.
일전불사의 사태직전에 이른 총무원과 종회의 대립은 긴급 협상으로 총무원측이 법정소송제기 하루만에 소를 취하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다.
긴급협상의 결과로 양측의 대립표면화와 종단내분 돌입의 비극은 일단 극복됐고 종회의 총무원집행부 불신임공세도 수그러졌다.
그러나 모든 타협과 화해속에서도 지울 수 없는 「기록」으로 남고만 대흥사의 대종회 법정시비는 「상처뿐인 영광」일수 밖에 없었다.
문중파벌과 일부 중견스님들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신흥사·월정사 등의 본사 주지문제도 임기 만료된 곳조차도 선뜻 후임을 발령치 못하는 고육의 처지에서 갖가지 승단갈등과 대립에 근원간의 연계성을 갖고 소용돌이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70년대 후반의 3년여 내분-10·27불교계정화(80년)-거듭된 총무원장불신임등의 악순환을 거듭한 조계종은 겨우 종단안정 1년만에 다시 과거의 고질병 증세를 보임으로써 불교계내 외를 안타깝게 했다.
어쨌든 조계종단은 한국불교를 대표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중앙종회를 전후해 보여준 타협과 화해를 일시의 미봉적 호도책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불교발전을 위한 승가단합으로까지 연결, 승화시켜야 할것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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