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발표 연기 … 왜 뜸들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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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노벨상 6개 부문에서 유일하게 문학상만 발표가 늦춰졌다.

그 배경을 놓고, 그리고 앞으로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해 추측이 무성하다. 관심이 날로 증폭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당초 AP.AFP 등 외신들은 스웨덴 한림원이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도했다. 10월 둘째주 목요일에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전통에 따라서다. 전통은 하나 더 있었다. 발표 이틀 전, 그러니까 화요일에 한림원은 '목요일 몇 시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노벨상 홈페이지(www.nobelprize.org)는 6일에도 '수상자 발표 날짜는 추후 공고함'이라는 안내글만 올려놨을 뿐이다. 이외에 노벨 문학상과 관련한 어떠한 입장도 알려지지 않았다. 외신들은 "선정위원 18명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뻔한 추측만 내놓을 뿐이다.

그들만의 잔치라면 그러려니 넘어가겠지만, 우리에겐 고은(72.사진) 시인이 있다. 그는 올해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도박전문 업체 '래드브룩스'는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을 6대1로 점쳤다.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가 2대1로 가장 유력했고, 고은 시인이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로메르와 함께 뒤를 이었다. AP가 4일 언급한 후보군 8명에서도 고은 시인은 포함됐다.

몇 가지 정황도 고은 시인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평이다. 지난 십년 동안 아홉 차례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유럽인들에게 돌아갔다. 1996년 폴란드 시인 비수아바 심보르스카가 받은 이후로 노벨문학상은 시인을 호명하지 않았다. 올해는 비유럽권 시인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게다가 올해 우리나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10월 19~23일)의 주빈국이다. 세계 최고의 출판 행사를 주인 자격으로 치르는 국가의 대표 시인으로서, 그는 올해만 해도 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10여 차례 낭송회 등 문학행사를 열었다. 5월 서울 국제문학포럼, 7월 북한에서 열린 민족작가대회, 8월 만해축전 등 올해 치른 굵직한 문학행사에서 그는 늘 맨 앞에 있었고 그때마다 외신은 비중있게 다뤘다.

국내 문단에선 수상자 발표 연기가 고은 시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한림원이 전통을 고수한다면, 올 노벨 문학상은 다음주 목요일인 13일 결정된다고 11일 발표될 것이다. 한림원은 1904년 이후 일곱 차례 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는 20세기 초반 유럽이 전쟁에 휩싸였던 시절이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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