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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간 체코 어린이들이 사랑해온 동화 속으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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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읽는 책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도구입니다. 근대교육의 창시자인 J.A.코메니우스는 『세계도회』란 책에서 사물의 명칭을 그림으로 나타내며 최초의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어요. 색채의 변화나 입체 기법을 더한 그림책도 많죠. 그런데 이런 종류의 그림책은 이미 50년 전 체코의 위대한 예술가로 불린 라덱 필라르즈가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림책·일러스트·그래픽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시대를 앞서간 필라르즈의 발자취를 소중 독자들이 따라가 봤습니다.

글=김록환 기자 ,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 동행취재=김준서(서울 금성초 3)·이준경(성남 수내초 4)·이준민(성남 수내초 6)

1 이준민·이준경·김준서(왼쪽부터) 학생이 필라르즈의 나무 삽화로 꾸며진 숲에 앉아 필라르즈의 그림을 손에 들고 있다.

체코 작가 라덱 필라르즈와 함께하는 그림책 이야기

기간 2월 28일까지 | 장소 서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 관람료 무료 | 문의 02-3413-4800

라덱 필라르즈는 1950~60년대 체코 예술계를 대표한 소위 ‘국민 작가’로 화가, 삽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 제작자 등의 직업을 섭렵했다. 특히 그가 만든 캐릭터 ‘베체르니첵’은 지난 50년 간 여러 세대를 거쳐 매일 잠들기 전 체코 어린이들이 시청하는 TV 애니메이션으로 변용돼 사랑 받았다.

지난 13일, 소중 독자 3명이 서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방문했다. 체코 프라하 어린이 예술 갤러리에서 기획해 세계 5번째로 우리나라에 온 ‘체코 작가 라덱 필라르즈와 함께하는 그림책 이야기’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도서관 2층 전시관에 들어서자 파란 머리와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베체르니첵이 신문지로 만든 모자를 쓰고 체험평가단을 반겼다.

“베체르니첵은 필라르즈가 탄생시킨 유명한 만화 캐릭터랍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어린이들이 베체르니첵을 보고 자랐어요.”

2 아크릴 조각으로 직접 삽화를 꾸민 후 화면에 투영할 수 있는 체험 도구.

체험평가단을 위해 특별히 나선 전시 해설사가 설명을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 필라르즈는 체코슬로바키아 TV 국영 방송사, 프라하단편영화 제작주식회사와 협력해 어린이 영화를 제작했다. 여기서 탄생한 베체르니첵의 성공 이후 필라르즈는 유아를 위한 잡지를 만들고, 초등학생용 잡지 출간에도 참여했다.

갤러리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다양한 그림이 나타났다. 커다란 코를 가진 난쟁이들이 얽혀있는 추상화가 있는가 하면, 꽃과 나무가 몽환적으로 그려진 그림도 있었다. 모두 필라르즈가 만든 그림책 속 삽화들이다. 천천히 감상하던 중 툭 튀어나온 코와 덥수룩한 수염을 한 캐릭터가 나타났다. 1967년 필라르즈가 삽화를 그린 『만카』에 나오는 ‘룸자이스’란 캐릭터다.

“룸자이스는 산적이지만 귀여운 캐릭터예요. 원래 제화공(신발을 만드는 사람)인데 시장의 마음을 상하게 한 후 도시를 떠나 르자홀레즈라는 숲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룸자이스는 베체르니첵과 함께 필라르즈의 대표 캐릭터다. 룸자이스가 등장한 그림책은 가장 위대한 체코 문학 중 하나로 꼽히며, 52부작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체코 TV 국영 방송사에서 현재까지 상영되고 있다.

3 『물고기, 새, 변화쟁이』 삽화가 그려진 입체 조형물. 4 필라르즈 그림책에 수록된 삽화.

갤러리 왼편에는 작은 숲이 있다. 그림책 속 나무 삽화를 길쭉한 천에 옮겨 숲처럼 펼쳐 놓은 것이다. 만지고 감상하며 숲을 지나자 TV가 한 대 놓여 있다. 화면 속에서는 유리로 만든 캐릭터와 괴물들이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1967년 만들어진 유리 조각만으로 구성된 모션 애니메이션 ‘유리 모양을 위한 노래’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없던 50년 전에 만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의 움직임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필라르즈의 첫 그림책 『물고기, 새, 변화쟁이』에 나온 삽화를 이용한 체험 코너도 있다. 3개의 삼각 도형을 돌려가며 물고기의 모습을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대로 삽화를 창조할 수 있게 했다.

소중 체험평가단의 후기

김준서(서울 금성초 3) | “필라르즈가 그렸던 삽화는 지금 봐도 촌스럽거나 ‘옛 것’이라는 느낌 없이 현대적인 감각을 뽐낸다. 또 입체적인 방법으로 표현된 점이 인상적이다. 삼각 도형을 돌려가며 서로 다른 색으로 이뤄진 물고기를 완성했을 때 내가 무언가를 창조한 것 같아 뿌듯했다.”

이준경(성남 수내초 4) | “가벼운 만화 같은 구성의 삽화가 마음에 들었다. 필라르즈의 삽화가 그려진 동화책을 마구 읽고 싶은 기분이다. 그림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도 함께 즐길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필라르즈의 작품 세계는 매우 다양했는데, 한 작가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준민(성남 수내초 6) | “처음에는 뭘 그렸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형태나 새의 모습이 숨어 있어 요리조리 뜯어보며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은데, 필라르즈는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에 존경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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