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이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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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비는 원래 복도라는 뜻이다. 큰 빌딩의 복도엔 대기실이나 휴게실이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서성대는 사람들을 로비이스트라고 한다.
이 말이 지금은 이면공작· 정보수집가로 통하고 있다. 특히 의회 주변엔 이런 로비이스트들이 진을 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회와의 접촉을 강화하기 위해 바로 이 로비이스트들을 공식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시골뜨기 외교의 탈피요, 나쁘게 말하면 동방예의지국의 체면 문제다.
그러나 미국 의함의 구성을 보면 로비이스트들이 등장할 만도 하다. 하원의 경우 위원회가 22개, 갖가지 소위원회가 1백43개, 상원의 경우 위원회가 15개, 소위원회가 93개나 운영되고 있다.
그 기맥와 인맥을 모르고는 대의회 활동의 시작과 끝을 알 수가 없다.
여기에 정부기구 역시 생·국·부· 과· 위원회· 소위원회· 자문위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에는 바로 이런 조직과 인맥에 도전하는 로비이스트들이 1개수단도 넘게 있다. 미주간 타임지의 추정에 따르면 수도 워싱턴엔 10년전만 해도 로비이스트는 8천명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수가 1만5천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연간 여론조작을 위해 쓰는 비용만도 2천2백억 달러나 된다. 우리나라 GNP의 3배도 넘는 규모다. 여기에 광고회사를 통한 로비이스트들의 여론연출비도 역시 2천2백억 달러나 된다. 이 두가지 비용을 합산하면 미국GNP의 7분의1에 상당한다. 로비이스트 합중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비이스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는 하원의 법안 통과률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2년간 하원에 제출된 법안은 2만건이었으며 그 가운데 90%는 위원회 수준에서 비토되고 말았다.
이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각종 이익단체·세계제국의 로비이스트들이다. 한가지 대표적인 예로 카터의 야심적인 에너지 법안을 무너뜨린 것도 석유재벌들의 로비활동이었다.
바로 일본은 그런 로비이스트들에 의해 단단히 덕을 본 나라다. 일본 정부나 기업을 위해 미국에서 뛰고 있는 로비이스트들은 1백여명이다. 이들은 연간 1백억엔 (4천3백만 달러) 의 돈을 뿌린다. 일본의 상품들이 미국시장을 석권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일 사이에 결국 무역마찰이 일어나자 이번엔 로비이스트들이 이 문제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로비이스트에 대한 미국 내외의 비판도 만만치는 않다. 로비는 3B에 의해 지배된다는 가십이 그것이다. 술(booze) 여자(broad), 뇌물(bribe). 이것이 반드시 남의 일이라고 장담할 수 만은 없다.
로비이스트지정엔 이처럼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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