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까지 스며든 테러 공포 … 프랑스는 사이버테러까지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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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이어 15일(현지시간)엔 이웃나라 벨기에에서 경찰이 대규모 테러를 계획하던 이슬람 극단주의자 2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 벨기에 당국은 이들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벨기에가 미국이 주도하는 IS 공습 작전에 참여한 것에 대한 보복성 테러를 준비하며 약 1주일 전 시리아를 방문해 IS와 접촉한 후 귀국했다는 것이다. 벨기에 당국자는 또 이들뿐 아니라 몇몇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IS의 지령을 받고 테러를 준비 중인 정황을 포착했다고 CNN에 밝혔다. 벨기에는 이에 따라 수도 브뤼셀을 포함한 10여 개 지역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 중이며 테러 경보 수준도 두 번째로 높은 단계로 올렸다. 테러 공포가 프랑스에 이어 유럽 곳곳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날 벨기에 경찰의 작전은 이른 아침 브뤼셀에서 동남쪽으로 약 111km 떨어진 소도시 베르비에에서 시작됐다. 경찰이 테러 조직원들의 은신처로 의심되는 건물을 급습해 체포 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조직원들은 자동화기로 응사했고 수분간 총격전 끝에 경찰의 진압 작전은 성공했다. 경찰 및 시민 측 피해는 없었다. 검찰 대변인인 에릭 반 데르 시프트 검사는 “조직원들이 민간인과 같은 소프트 타깃이 아닌 경찰서 등 하드 타깃을 공격하려 했다”며 “몇 명이 더 체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과 파리 테러범들과의 연관성은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리 테러에서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인 아메디 쿨리발리에게 무기를 불법 판매한 남성이 벨기에 남부 샤를루아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쿨리발리의 동거녀 아야트 부메디엔으로부터 차를 구입하려고 연락을 주고 받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벨기에 경찰 당국은 불법 무기 거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벨기에는 프랑스ㆍ독일과 같이 무슬림 이민자 비율이 높다. 그러나 이들이 주류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면서 극단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엔 시리아에서 IS의 군사 훈련을 받고 귀국한 남성이 브뤼셀 유대박물관에 난입해 4명을 사살했으며 지난 14일엔 IS대원 3명이 벨기에 테러 공격을 예고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유대박물관 테러는 IS대원 출신이 유럽으로 돌아와 벌인 첫 테러로 기록됐다. IS에 가담한 벨기에 국적 소지자는 300명이 넘고 이 중 170명이 시리아에 머물고 있다고 벨기에 외교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벨기에뿐 아니라 최근 유럽 국적의 무슬림들이 시리아ㆍ이라크 등지에서 극단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유럽 전역의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벨기에 고위 안보당국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 IS 공습 작전에 동참한 프랑스ㆍ영국ㆍ벨기에가 특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가 미국 공습 이후 서방 국가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며 “유럽 국적을 가진 조직원들에게 귀국해 테러 공격을 감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사이버 해킹 등 테러 방식도 진화 중이다. 프랑스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약 1만9000여 개의 자국 인터넷 사이트가 이슬람 해커 그룹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공격 대상은 군부대부터 피자 가게 사이트까지 다양하다. 프랑스 사이버대책기구 관계자는 15일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지방 정부 및 대학ㆍ교회ㆍ기업 등이 운영하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사이트들”이라며 “이들 사이트가 ‘유일신 알라만이 있을 뿐’ ‘프랑스에 죽음을’ 등의 문구로 도배됐다”고 전했다. 앞서 자칭 ‘사이버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은 추가 사이버 공격을 경고한 상태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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