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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건 어떤 걸까 … 다 이뤄도 또 문이 있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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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잡지 `아르스 비테(삶의 기술)`를 창간한 이지현 대표는 “숨쉬는 여백을 갖고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도 충분히 아름답고 세련될 수 있다는 걸 잡지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라이프스타일 무브먼트(Lifestyle Movement·생활방식 운동). 이제 우리 사회의 키워드가 되리라 본다.”

 비영리기업 ‘테이블 포 투 코리아’의 이지현(46) 대표가 처음 건넨 말이다. “우리는 다들 명함을 좇는다. 저 자리에만 가면, 저 대학만 가면, 저 직장만 가면. 그때는 비로소 행복해질 거야. 그렇게 주문을 왼다.” 그게 아니라고 했다. “아무런 명함이 없을 때 나는 정말 누구인가. 그걸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그럼 자신이 진정 바라는 삶의 방식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헌재 전 부총리의 딸인 그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동아시아지역학을 공부했다. 귀국해서 공중파 방송사의 기자와 메인뉴스 앵커를 맡았다. 그러다 하버드대 대학원으로 다시 떠났다. 돌아와서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외신 대변인과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을 맡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만 맡은 셈이다.

 “그때 깨달았다. 잘 산다는 것. 어느 자리에 가고, 어떤 직업을 갖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이 된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또 다시 열어야 할 문이 있더라.” 3년 만에 청와대를 나왔다. 명함 없이 모색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방향을 틀었다.

 최근 만난 이 대표의 화두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다들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이 어떤지 말이다.” 14일 낯선 잡지를 출간했다. 제목은 라틴어로 ‘아르스 비테(ARS VITAE·사진)’. ‘삶의 기술(Art of life)’이란 뜻이다. ‘잘 사는 건 어떤 건가’라는 물음과 그걸 풀기 위한 지향을 담았다. 광고는 싣지 않았다. 그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려 한다”고 했다. 언뜻 보면 미국 오리건주에서 ‘느린 삶(Slow life)의 기쁨’을 표방하며 출간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잡지 ‘킨포크(Kinfolk)’가 떠오른다.

 - 왜 ‘라이프스타일 무브먼트’인가.

 “잡지의 부제가 ‘생각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삶이 따로 있지 않더라. 지루한 일상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들이 나의 삶이더라. ‘당신은 어떤가. 그 일상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나.’ 그걸 묻고 싶었다. 만약 아니라면 더 의미 있고, 더 가치 있고, 더 행복한 쪽으로 꾸려보자는 거다.”

 - 잡지 디자인과 구성이 굉장히 동양적이다.

 “저는 동·서양을 다 왔다갔다 했다. 어떤 게 먹힐지 알 것 같다. 실리콘 밸리에는 ‘동양’에 관심을 가진 개발자들이 많다. 그런데 동양의 지혜가 서양에는 너무 단순화돼 소개되는 측면이 있다. 이제는 동양이 동양을 소개할 차례다. 나중에는 서양에도 이 잡지를 건네려 한다.”

 - 디지털 시대에 왜 종이 잡지인가.

 “책을 손에 들 때의 느낌, 종이의 질감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건 하나의 체험이다. 저는 그런 ‘체험의 가치’를 지향한다. 정보보다 지혜, 빼곡한 디자인보다 숨 쉬는 여백을 담고자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전기차 테슬라를 예로 들었다. “친환경적인 자동차도 굉장히 아름답고 세련될 수 있다. 스포츠카 매니어들이 열광할 만큼. 숨쉬는 여백,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도 그런 전기차만큼 아름답고 세련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제는 마음을 생각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현대적인 삶이라고 본다.”

잡지 구입문의 info@arsvitaecollection.com

글=백성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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