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물리학상 3명 공동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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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글라우버(왼쪽)·존 홀(오른쪽)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테오도어 헨슈(가운데)가 4일 뮌헨의 사무실에서 동료와 학생들에 둘러싸여 축하를 받고 있다. [뮌헨 AP=연합뉴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레이저의 성질을 이론적으로 밝히고, 레이저를 이용해 극히 정밀하게 시간과 길이를 재는 방법을 개발한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 한림원 노벨물리학상수상위원회는 미국 하버드대 로이 글라우버(80) 교수와 콜로라도대 존 홀(71)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테오도어 헨슈(64) 박사 등 3명을 2005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가 생활 기술에 응용되면 현재 수m 정도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치 오차를 수㎜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과학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글라우버 교수는 1963년 레이저의 성질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이론을 개발했으며, 특히 '결맞음'이라는 레이저의 독특한 성질을 정확히 예측했다. 햇빛이나 전등 빛 속에는 성질이 다른 여러 가지 빛이 들어 있는데, 유독 레이저에는 성질이 똑같은 빛만 모여 있다. 이를 '결맞음'이라고 하는데, 글라우버 교수가 이론을 제시하기 전까지 이 같은 결맞음 현상은 과학계의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글라우버 교수의 이론은 새로운 레이저 개발에 유용하게 쓰였을 뿐 아니라 '광전효과'라는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현상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는 열쇠도 제공했다. '광전효과'는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졌다는 것을 알아낸 실험이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찾아낸 공로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홀 교수와 헨슈 박사는 레이저를 이용해 1000조 분의 1초 정도의 짧은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홀 교수는 이 방법을 사용해 83년 빛이 정확히 1초에 29만9792.458m를 움직이는 것을 알아냈다. 또 국제적인 단위의 표준인 '1m'라는 길이와 '1초'라는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데도 홀 교수 등이 개발한 방법이 쓰였다. 이처럼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 이를 GPS에 적용함으로써 GPS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홀 교수 등의 연구는 그 뒤 발달을 거듭해 현재는 처음 개발 당시보다 1000배나 정밀한 측정이 가능한 수준이 됐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전에 밝혀낼 수 없었던 원자의 미세한 구조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홀 교수와 헨슈 박사의 연구는 생물학에서 세포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고성능 현미경을 만들어 낸 것과 같은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벨물리학상수상위원회는 "글라우버 교수 등 3인의 이론과 기술이 그간 노벨상을 받은 많은 물리학자의 연구 토대가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권혁주.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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