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계천에 어울리는 도심 리모델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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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제는 이 같은 성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계천 복원을 서울의 도시 경쟁력 향상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할 때다. 즉 서울 도심을 다른 세계 도시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매력을 갖춘 곳으로 만들기 위해 청계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청계천 복원으로 시작되는 서울 도심의 리모델링은 과거의 도심 재개발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추진된 대형 빌딩 건설 위주의 재개발은 가로변에 무표정한 유리벽들만 세움으로써 보행자들이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도시의 맛을 없애버렸다. 이는 보행자 위주의 청계천변에는 맞지 않는 형태다. 또 하류 일부를 제외하고는 폭이 20m 안팎에 불과한 청계천 주변에는 조형적으로도 고층빌딩이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청계천 주변을 어떤 방식으로 재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원칙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서울시는 청계3가에서 9가에 이르는 일대를 내년부터 재개발할 계획이며, 이때 건물들을 현재보다 15m 뒤로 물러나도록 만들어 좁은 인도를 넓힌다는 복안이 있다. 그 경우 현재 이곳에 자리 잡은 헌책방, 공구상, 건축 자재상 등 각종 소규모 상점이 밀려나고 대형 빌딩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청계천 복원의 정신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서울만이 가지는 독특한 도시 경관 조성에도 실패하는 일이다. 청계천 복원으로 시작되는 서울 도심의 리모델링은 600년 고도의 맛을 살리는 동시에 서울이 세계도시로 거듭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