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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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제자된 입장에서는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노고를 위로하는 반면에 스승으로서는 과연 제자들 앞에 떳떳이 서서 학문을 가르치고 인격을 도야시킬 수 있는 학식과 양심을 갖추고 있는가를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보는 계기로 삼는데 의의가 있다.
우리 선조들은 스승이라는 존재를 나라의 임금이나 어버이와 동격으로 모시면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될 것으로 알고 받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어떤가.
복잡다기해진 인간의 기능과 날로 치열해져만 가는 사회적 경쟁, 가정교육의 무력화 현상 등으로 예전보다 오히려 학교교육이나 스승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필요성이 높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환경은 반비례해서 더욱 어려워져 가고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지도하고 그들의 재능이나 소질을 평가·개발해 나가면서 건전하고 올바른 인격과 덕성을 함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러려면 스승과 제자간의 상호 신뢰와 존경이 전제돼야만 그 업무의 수행과 책임의 완수가 가능하다. 오늘날 극단적인 숭물·배금 사상이 만연된 사회풍토는 학원에까지 오염돼 교수나 학생 상호입장에서 신뢰와 자신간을 근본부터 흔들리게 하고 있다.
타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처우는 교사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실추시킴으로써 직업 자체를 비판하는 자학적 현상조차 없지 않다.
게다가 날로 늘어가는 교권침해 사건은 그들의 사기를 더욱 침체시키고 급기야는 기회만 있으면 교직을 버리려고 하고 실제로 많은 수가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판국에 좋은 인재를 교단에 확보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더우기 각급 학교를 가릴 것도 없이 학교 교실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초과밀 상태로, 교사가 어지간히 열과 성을 기울여 보았자 질 높은 수업이나 생활지도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당초부터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해서 사회나 교단이 우리의 어려운 교육현실을 개탄, 푸념하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현실 타개의 방안을 단계적으로 과감히 강구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첫째로 교직자들이 자기의 직무에 대해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우선 처우를 개선하여 경제·사회적 지위를 높여주어야 한다. 동등한 학력과 경력의 타업종 종사자들보다 높게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수준으로 봉급이 조정돼야 한다.
다음은 소명의식의 복활이다. 교직이란 직업자체가 이윤이나 부의 추구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국가장래를 맡을 인재, 건전한 상식과 인격을 가진 시민을 길러낸다는 점에서 보면 일종의 성직이란 면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면 사회의 혼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끝으로 학부모들의 자세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들 앞에서 교사를 비하시켜 호칭하거나 험담·욕설을 함부로 내뱉는 일은 없는지, 자기 자녀만을 특별히 잘 가르쳐주도록 사도의 왜곡을 유혹하지는 않는지, 그래서 사제간의 기본적 출발점인 연대의식마저 스스로 파괴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번 교육주간의 표어는 『스승은 내일의 국운을 좌우한다』로 돼 있다. 이러한 막중한 명제를 앞에 두고 『교수는 있으나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는 없다』는 자학적 유행어가 나도는 현실은 정부나 교육자·학부모가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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