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통 호남고속철, 광주역 정차 무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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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는 3월 개통하는 KTX 호남고속철도의 광주역 진입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이 최근 수립한 종합운영계획안에 KTX 광주역 진입 방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고속철 열차의 일부 편수를 광주역까지 운행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최종 운영안을 다음달 결정한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코레일은 최근 호남고속철도의 운영 시간과 요금·차량·정차역 등 전반적인 운영 상황을 담은 ‘호남 KTX 종합 운영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 계획안에는 KTX 호남고속철 노선에 송정역만 들어갈 뿐 광주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 측은 “시속 300㎞ 이상 달리는 고속철의 효율성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 광주역을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 고속철 노선이 광주역을 거치면 운행시간이 30분 이상 늘어난다. 송정역에 정차할 경우 서울(용산)에서 광주까지 90분 걸리지만 광주역을 들르면 120분으로 늘어나게 된다. 코레일은 안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철도가 놓인 광주역 노선은 레일·운영 시스템이 고속철도와 달라 자칫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KTX 노선 운영 원칙을 ‘1도시 1거점역’으로 정한 것도 광주역 진입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광주에서는 KTX 열차가 송정역과 광주역 등 두 곳에 정차한다. 호남선의 중간 기착지인 송정역에는 고속철 전용노선이 깔려 있다. 반면 광주역은 새마을호·무궁화호 등이 함께 달리는 일반철도가 설치돼 있다. 이로 인해 광주역을 지나는 KTX는 속도를 시속 170㎞안팎으로 낮춰야만 한다.

 하지만 광주시는 지역 주민을 위한 접근성 측면에서 광주역이 송정역보다 편리하다고 주장한다. 동구·북구 지역 거주자들은 KTX를 탈 경우 송정역에서 하차한 뒤 다시 30~40분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광주역을 이용하는 시민이 송정역보다 많다. 광주시가 2013년 말 열차 승객을 조사한 결과 광주역 이용객이 53%로 송정역(47%)보다 8%포인트가 많았다.

 광주시는 지난해 9월 송정역에 도착한 KTX 열차 중 일부 편수를 광주역으로 운전하는 이른바 ‘스위치백(switchback)’ 방식을 국토부에 건의한 바 있다. 스위치백은 열차가 송정역에 일단 정차한 뒤 1.5㎞를 역방향으로 주행해 다시 광주역으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KTX 호남고속철도 운행에 대한 최종 결론을 다음달 7일까지 내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다음주 중 광주시·코레일 등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 계획이다. 박남언 광주시 교통건설국장은 “국토부 등에 광주역 이용의 편의성을 적극 설명해 우리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TX 호남고속철은 충북 오송~목포의 249㎞ 구간에 건설한다. 2009년 첫 삽을 떴으며 총 10조350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1단계로 충북 오송역에서 공주~익산~정읍을 거쳐 송정역까지 182㎞ 구간을 3월 개통한다. 송정역~목포 구간 67㎞는 2020년께 개통할 계획이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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