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기부 한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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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울산에서 선박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대표 박모(62)씨는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년째 내던 기부금을 올해는 내지 않기로 했다. 경기불황으로 직원 월급 주기가 어려울 정도로 회사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박씨는 “회사사정이 나아지면 그때 다시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이 ‘기부 한파’에 휩싸였다. ‘부자도시’로 그동안 기부가 많은 편이었지만 올해는 불황 탓에 기업체와 개인들이 기부 주머니를 닫은 것이다.

 13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 시작된 나눔캠페인에서 울산시의 목표 달성률은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다. 오는 31일까지 목표액 49억6400만원을 모아야 하지만 12일 현재 목표액의 69%인 34억3800만원만 모았다. 목표를 채우려면 남은 기간 매일 6800만원을 모아야 한다. 매년 1월 중순 목표금액을 초과 달성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는 조선·석유화학 등 지역 산업계의 경기불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원경 공동모금회 모금팀장은 “대기업의 기부는 웬만큼 이어지고 있지만 1000만원 이하를 주로 기부하는 중소기업과 사회단체 참여가 크게 줄었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기부 상황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최근 울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에게도 기부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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