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일본 민속춤 추며 향수 달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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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본인 주부들이 친목단체 이름인 ‘히마와리’를 형상화한 소품을 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충남 천안시 성정동의 한 교회에서 경쾌한 일본 민요가 흘러나왔다. 일본 여성 30명이 1일부터 열리는'천안흥타령축제' 춤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 동북지방 민속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들은 천안에 거주하는 일본인 주부들의 모임인 '히마와리'(해바라기) 회원들. 히마와리는 1996년 친목 모임으로 구성됐으나 2002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서 일본 민속춤을 선보인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에 참가, 일본 문화를 알리는 문화 사절로 활약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한.일 우정의 해 축제한마당에도 참가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116개 팀 2300여 명이 참가해 사흘간 춤 솜씨를 겨루는 천안흥타령축제에도 빠질 수 없었다. 30일 열린 축제 전야제의 거리 퍼레이드에서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2km를 걸으며 시민들에게 일본 민속춤을 선보이는 등 열성을 보였다.

이들이 민속춤을 추게 된 것은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춤은 일본무용을 전공한 곤노 마사코(39)가 초보자도 쉽게 출 수 있도록 안무를 맡았다. 연습은 자녀들이 학교에 간 오전을 이용해 하루에 4시간 정도씩 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연습장에서 함께 논다. 둘째 아이가 갓 돌을 넘긴 고시가와 유가(34)는 아이를 업고 연습했다고 한다. 다카하시 노리코(46)는 "고국 주부들과 어울려 지내니 마치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연습이 힘에 부치지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오다네 마키코(45) 히마와리 대표는 "만약 상금을 타면 매주 봉사하러 가는 노인복지시설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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