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육부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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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학교교육은 전후 두 번째의 각성 기를 맞고 있다.
첫 번째가 바로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을 때. 당시 미국을 휩쓴 패배감은 10여 년 뒤 사상 최초의 인간의 달 착륙으로 극복됐다.
뒤떨어진 과학교육에의 반성이 미국인의 분발을 촉구한 것이다.
80년대 들어 미국이 겪는 두 번째 교육위기는 외국과의 비교가 아니라 바로 미국사회의 내재적인 문제가 터진 것이다. 최근「레이건」대통령은 『오늘의 어린이들이 어느 때보다도 영리하지만 교육의 질은 지난 20년간 저하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우수교육위원회가 낸 보고서「위기에 처한 국가」를 읽고 난 뒤의 소감이었다.「레이건」은 또 학부모들이 미국 교육의 우수성을 회복시키는 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자녀에 대한 통제력을 증가시키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교육부흥을 외친 그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우선 문맹자가 2천3백만 명에 17세의 13%가 문맹. 이것은 주로 소수민족의 학생들일 것 같으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78년 오하이오주립대에선 7천1백 명의 1년 생 가운데 1천7백 명이 국어(영어)재시험을 치렀다. 같은 해 해군 신병들의 독서력이 국민학교 6학년 수준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밝혀졌다.
교육학자들은 그 원인을 원만하지 못한 가정생활, 과도한 TV시청, 교수의 안일무사주의 등으로 분석했다.
교육성의 보고서는 이어 과학시간의 부족, 전체 수업일수의 부족 등이 미국교육의 질을 저하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고교생의 대부분이 수학·역사 등의 학업에 쏟는 시간과 똑같은 시간을 요리나 운전을 배우는데 쏟고 있다는 것.
자동차 왕국인 미국이라 「운전」에 대해선 이해가 가나 「요리」는 웬 말일까. 여권신장의 주름살 탓일까. 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프랑스 다음) 육류소비가 많은 식성 탓일까.
아무든 교육성의 보고서는 교육부흥 책까지 건의했으나「레이건」은 화살을 학부모에게 돌렸다.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의 책임을 맡아 다시 한번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자.』
우선 가정교육이 있고 학교교육이 있다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인 듯. 자녀가 장성하면 학교에만 떠맡기려는 풍조는 결국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아이젠하워」는 평소 손자들에게 심부름을 즐겨 시켰다는 일화가 있다. 심부름을 통해 사회생활을 배우는 산 교육을 시키자는 의도다. 요즘 자녀 과보호의 소리를 듣고 있는 한국의 학부모들도 무언가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 하겠다.
세계 최대의 강국이 교육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을 때 과연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되돌아 본다. 그것이 결코 학교와 교사에게만 맡길 일이 아님은 스스로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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