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세모녀 살해 가장 “와인에 수면제 타서 아내 먹여”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일 서초동 자택에서 아내와 딸 등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강모(48ㆍ구속)씨가 와인에 수면제를 타서 아내(44)에게 먹인 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아내(44)와 두 딸이 잠들자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30분 사이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큰 딸(14), 작은 딸(8) 순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달 초 수면제 10정을 처방 받았고, 5일 밤 11시에서 12시 사이 수면제 1정을 절반으로 잘라 와인에 탔다. 이후 이를 아내에게 마시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지난달 8일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정씩 모두 20정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부인과 함께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큰 딸에 대해서는 투약 여부를 진술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이미 사건 당일 출동한 강씨의 아파트에서 수면제를 발견했다. 이 때문에 계획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과수 부검 결과 강씨의 부인과 큰 딸의 체내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고 경찰 역시 계획 범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실제 강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에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가다가 고의로 사고를 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며 “여러 가지 살해 방법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미리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던 강씨가 범행 이전부터 미리 살해 방법을 구상했다는 취지의 말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살해 동기에 대해선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감’ 외에 뚜렷하게 드러난 바가 없다. 경찰은 강씨가 서초동의 132㎡(약 4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판단해 ‘가족 살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씨의 아파트의 최근 시세가 급매 기준으로 약 10억원대까지 떨어졌고, 5억원을 대출받아 이 중 상당액을 주식 투자로 날린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씨 부인의 통장에는 3억원의 예금 잔고가 있었다. 경찰도 이 사실을 확인한 뒤 다른 범행 동기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인 통화 내역 등을 조사해봤지만 관련 정황은 확보된 게 없는 상태다. 경찰은 13일 오전 9시30분부터 현장검증을 진행한 뒤, 14~15일쯤 강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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