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군 하사가 밝힌 병영 실태

중앙일보

입력

"6년 동안 휴가 한번 못 나갔어요." 미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13일 북한 여군 하사 출신의 탈북 여성을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했다.

백 이(Baek Yi)라는 20대 후반의 여성은 1990년대 초반 장교가 되려는 꿈을 안고 여군에 입대해 서해안 휴전선 인근 방공포부대에서 6년간 복무했다. 하지만 그는 "군인 월급으로는 식탁 위에 나물 반찬조차 올리기 힘들어" 제대했고 2001년 중국-미얀마-태국을 거쳐 서울로 왔다.

백씨는 "군대 규율이 엄격해 복무기간 동안 가족에게 전화하는 것은 물론 민간인과의 접촉이 모두 금지됐다"며 "언제나 작은 가방 안에 개인 사물을 챙겨 넣어두고 15분 내 이동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해 동안 80명의 부대원 중 두 명만이 일주일간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며 "복무기간 내내 휴가를 못 받아 아버지 환갑에도 못 갔다"고 전했다.

당시 하사관을 포함한 북한군 사병 월급은 남한의 1백원에 해당하는 2원. 백씨는 "이 돈으로는 군복입은 모습의 내 사진 한장 가질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군생활 중 오전 5시에 일어나 기상점호를 받고 아침식사 뒤에 정치교양 수업을 받았다. 오전 10시부터는 군사훈련을 받았고 점심을 먹은 뒤 포대진지로 이동해 근무했다.

백씨는 "식사 때마다 직접 기른 나물과 김치를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며 "한국에 오기 전까지 고기를 먹어본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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