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먼저 해결 주장 계속하면 북한 방문 안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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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미국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얼굴)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베이징 합의문을 살리기 위한 방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선 경수로, 후 핵 포기'주장을 계속하는 한 방북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힐 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국무부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1월 5차 회담에서는 4차 회담의 합의사항을 반복만 해서는 안 되며, 다음 단계인 북한 핵 프로그램 제거 문제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은 어떤 여행 계획도 없지만 언제 북한에 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본 뒤 그때가 되면 알려 주겠다"고 말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른 방북 가능성은 열어뒀다.

힐은 "누군가 '한국이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줘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대북 에너지 지원은 200만㎾의 전력 공급으로 충분하다"고 못박았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그는 "인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6자회담의 진행을 가로막을 정도로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11월 부산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북한을 초청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APEC에 비회원국을 초청하는 것은 규정도, 전례도 없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회담에서 "북한이 갑자기 경수로를 들고 나왔을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미국이 합의해줬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는 합의문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 6개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꺼이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딕 체니 부통령 등 미국 내 강경파의 반응에 대해서는 "미 정부 내 모든 인사가 기뻐했으며, 결과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는 6개국의 공동 약속이고 구조도 탄탄해 북한이 쉽게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양국의 생각이 같은 만큼 6자회담은 미.중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모든 관련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릴 것"이라며 "한국은 중국 변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회담 도중 송민순 한국 수석대표가 미국과의 사전 조율 없이 북한의 경수로 보유 가능성을 언급해 얼굴을 붉혔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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