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봄맞아 객장엔 복부인들도 나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증시가 모처럼 출렁대고 있다. 하루 주식거래량이 증시 개장후 최고기록(4천1백11만주)을 세웠고 특히 자동차주식은 단 9일만에 28·22포인트나 뛰었다. 새봄 장세가 갑작스레 더워진것은 무슨 이유일까. 물론 주변경제상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어느선에서 맞아떨어져 시세를 형성하고 거래량이 폭주하는것이지만 증권시장을 움직이는 삭는 합리적인 수요·공급의 이론만으로는 실명이안된다. 거래소나 증권두 객장등을 기웃거리다보면 항상 이렇고 저런 소문과 만나게되고 큰손이 손대고 지나간 혼적도 찾아볼수있으며 요즘엔 몇몇 고부인들도 더러 눈에 띄게 마련이다.
올봄 증권시장에는 새봄따라 함께 돌아온것이 많다.
우선 지난해 사상파동이후 「자중」 하고있던 큰손들이 제일 먼저 돌아왔다.
그동안에도 「광화문 금」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K씨, W산업 전두주였던 L씨등은 증시를 떠나지않고 꾸준히 이곳 저곳에 손을대왔지만 이·장사건과 관련돼 증시를 떠나있던 K씨, 모건설회사 경리부장출신의 J씨등이 올초부터 다시 모습을 나타내면서 큰손들이 움직이는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즉 이들 큰손들은 무슨약속이나 있었던듯 지난 2월초부터 서서히 건설주를 사들이면서 바닥을 헤매고 있는 건설주의 시세 받치기 시작한것이다.
건설주가 유망하다는 판단이 선때문이 아니었다.
도리어 별로 가망이 없는 한물간 종목이라는 판단하에 시세를 어느정도까지 받쳐올린후 자신들은 그간 건설주에 물려 오도가도 못하고있던 막대한 자금을 빼내 다른 종목으로욺겨가려는 계산이었다.
실 제 이들의 떠받치기작전으로 건설주는 지난달 말부터 오름세를 보이기시작하더니 이달초 한때 과열의 기미까지도 보였었다.
그러나 여기서 큰손들의계산이 빗나가 버렸다. 주가가 어느만큼 회복돼 큰손들이 미처 손을 빼기도 전에 건설주시세는 다시 사그러든 것이다. 일반투자자들이나 중간손, 또는 보험사·증권사들의 기관투자가들이 큰손들의 떠받치기작전에 말려들지않은 것이다. 큰손들이 모처럼 제가 끌어울린 상투를 제가 잡았다고나 할까. 요즘 건설종목의 주가지수는 매일 조금씩 떨어져 22일 현재 1백24·55로 연초에 비해 도리어20·93포인트나 빠져있는 상태다. 건설주에 물려도 단단히 물린것이다.
애초부더 큰손들의 움직임을 고대하던(?)「세력」은 따로 있었다.이 같은「세력」은 지난달말부터 배당 자율화세과 함께 자본자유화가 앞당겨진다는 세,유가인하·부동산투기억제종합대책발표선등이 나오고 분위기가 잡히면서 이제나 저제나 증시가 한번 움직일때를 기다리던 증권사·보험사등의 기관투자가와 몇몇 일반 투자가들이라고 보아 별로 틀림이 없다.
이들의 상식적인 판단으르는 아무래도 건설주가 올해의 승부를 내기에는 많이모자라는 종목이었고 따라서·큰손들이 건설주로 증시를 조금 덥혀놓는 기미가 보이기시작하자 곧 자동차주를 「을해의 종목」으로 서슴없이 밀어붙인것이다.
자동차주는 일반투자가들에게도 꽤 실득력이 있었다. 올해 영업수지의 호전이 가장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업종온 뭐니뭐니해도 자동차다. 전반적인 장세의호전을 기대하면서 증권시세표를 샅샅이 훑어봐도 당장 눈에 들어오는것은 자동차 3사가 올라있는 운수장비업종뿐이다.
이처럼 재빨리 앞을 짚어본 증권사·보험사등이 이달 초부터 자동차주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불기시작한 증시의「마이카붐」은 그 반응이 과연 컸다.
큰손들이 아직 건실주에 물려있는 사이 20억∼30억원씩을 동원하는 중간손들이 재빨리 「마이카붐」 에 합세했고 단자쭉의 뭉치돈들이 대거 증시로 방향을 틀면서 일반 투자가들도 너도나도 자동차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13일 추가지수1백58이었던 운수장비업종은 22일 후장을 마치고나자 2백6·22를 기록, 열흘도 채 안되는 사이에 48·22포인트가 뛰는 과로 내닫고만 것이다. 22일하루만하더라도 기아·간아·현대 3사의 주식거래량은모두 4백54만6천주에 달했고 21일에도 4백58만9천주가 거래됐다.
각 증권시 일부지점에서는 개장초부더 상종가롤 뷸러대는 복부인도 많았다는 이야기고 심지어 모종의 중요대책을 끌러놓으려던 당국이 증시의 과열을 염려해 발표를 뒤로 미뤘다는소문도 그럴싸하게 퍼져 더욱 열기를 부채질했다. 증권파동의 주역이었으며 증시사상 가장 큰손이었던 Y씨가 전주룰 하나물고 다시 증권바닥에 뛰어들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어쨌든 이같은 상황을 증시의 활성화로 보기에는 매우 어려운 노릇이다. 각 증권사의 간부들도 요즈음 증시를 찾아들어오는 신규자금의 규모에 깜짝 깜짝 놀라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증시에 오태도록 잠겨 그야말로 건강한 산업자금노릇을 할수있으리라는데는 전혀 기대를 걸고있지앓다.
벌써부터 신문의 논조나당국의 반응에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눈치만 살피고있다는 것이다. 여차하면 다른사랍들로 하여금 상투를 잡게하고 또 다시 단자나 투신·부동산을 잦아들어않을 돈들임에 틀림없다.
결국 가장 마음 편한사람들은 증권을 해서 떼돈을 번 사람들보다는 『나도 증권이나 한번 해볼까』하면서도 결국 손한번 대보지 못하는 서민들, 그리고 증권이 춤을 추면 출수록 수수료수입만 늘어나는 증권사들뿐이다.

<김열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