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초기 진화 실패, 인재와 불운이 겹쳤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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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아파트 화재 인명 피해가 예상 외로 크다. 초기 진화의 실패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0일 오전 9시27분께 아파트 1층에서 시작된 불은 다량의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삽시간에 건물을 집어 삼켰다. 옆에 있던 오피스텔 건물 등 건물 3채를 옮겨 붙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이 불로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10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 7명 포함돼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화재는 초기에 진화하면 피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일단 어느 수준 이상으로 불길이 거세지면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초기 진화가 어려웠던 이유는 9가지 정도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①우선 화재 건물은 전철 1호선과 인접해 있고, ②중심가에다가 도로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여의치 않았다. ③또 건물 뒤쪽은 지하철 선로여서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④스프링쿨러나 화재 경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피해 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의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⑤화재가 1층에서 시작돼 출입구가 막혀 주민들의 대피가 용이하지 않았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⑥토요일 오전이라는 화재 발생 시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평일과 달리 휴일을 맞아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 주민들이 많아 초기에 발빠르게 대피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밖에도 ⑦건물이 매우 가깝게 붙어 있어 불이 쉽게 옮겨 붙었고, ⑧원룸형 건물이라 통로가 좁았으며, ⑨외부 마감재 방염처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불길은 화재가 발생한 지 2시간 10분여만인 오전 11시 47분께 잡혔다. 하지만 아파트 내에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발견될 경우 인명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0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아파트 거주자 1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를 판독한 결과 불이 나기 전 거주자 A씨가 4륜 오토바이를 1층 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라간 뒤 오토바이에서 불이 난 것을 확인했다.

CCTV에는 A씨가 오토바이 운전석 부분을 1분30여초 동안 만지고 올라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난 현장모습이 기록됐다.

경찰은 의정부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A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오토바이를 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정밀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소방서 수색이 마무리 되고 국과수와 합동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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