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社 독과점 해결 급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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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노성대 방송위원장 체제로 2기 방송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그 앞은 첩첩산중이다. 방송위 노조는 방송위원 구성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위원들 사이의 내홍 역시 심상치 않다. 흔들리는 방송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퇴임을 한시간 앞둔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을 만나 2기 방송위에 대한 바람과 소회를 들었다.

지난 9일 오전 8시30분. 강 전 방송위원장은 이임사를 고치고 있었다. 오랜 방송위 공백 상태가 끝났지만, 흔쾌히 바통을 넘기는 표정은 아니었다.

"1기 방송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되는데…"라고 운을 뗀 그는 "2기는 지상파 독과점 해소 등 난제를 풀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방송위 구성을 어떻게 보나.

"정파성에서 독립해야 하는데 여야 담합으로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버렸다. 방송.통신 융합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뉴미디어 전문가.지역방송 전문가가 참여하지 못했다는 건 문제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 출신들이 많아 과연 지상파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1기 방송위 구성에서 한계였던 부분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현 방송 구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지상파 독과점 해소를 들고 싶다. KBS.MBC.SBS 세 방송사가 광고.영향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는 건 큰 문제다. 학계에서, 또 방송위원장으로서 노력해 왔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기 방송위는 이 과제를 꼭 풀어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말하나.

"세 방송사의 시장 점유율을 60%대로 묶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케이블.위성 등 뉴미디어 시장의 볼륨이 커져야 한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무기로 뉴미디어 시장까지 접수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방송위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방송위가 방송법에만 규정돼 있을 뿐 헌법적 기관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또 정부조직법상의 조직이 아니다 보니 관료사회에 치이는 일이 잦았다. 방송위가 실질적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대세인 만큼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 방송위원회.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가 부처 이기주의를 벗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하반기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문제는.

"신규 사업자 개념으로 가야 한다. 기존의 지상파 사업자와 자동 연계해선 곤란하다."

-디지털 전송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미국식이든 유럽식이든 사업자들이 결정할 몫이다. KBS.MBC 사장이 바뀌었으니 방송 사업자들이 모여 단일 의견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관광부가 방송영상산업 정책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방송위원회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는 건 옳지 않다. 정책과 집행은 분리하기 어려운 만큼 문화부가 일부를 떠맡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인터뷰하는 사이 그가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2000년 방송위 출범에 기여했던 그는 "목수가 자신이 지은 집에 들어와 살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로 그 간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그는 "당신이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느냐고 누군가 비판할지 모르지만, 순수한 심정에서 이날 인터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의 소중한 경험을 사장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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