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류대란] 의왕 컨테이너기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내륙 컨테이너 집하기지인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의왕ICD)는 13일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12일 밤 정부와 화물연대의 부분합의안을 부산지부가 부결시키면서 사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이곳도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연면적 22만평에 달하는 집하지의 약 70%가량에 컨테이너가 가득했다. 기지 안팎을 들락거리는 화물차는 평상시의 20%대로 크게 줄었다.

컨테이너 기지의 본부사무실과 화물연대 사무실에는 경찰.철도청.건설교통부 등에서 나온 상황실 인원과 화물차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임채권 경인ICD경영지원팀장은 "하루에 약 1천5백~2천대의 화물차량이 들락거리지만 이날은 4백여대만 들어왔다 나갔다. 대부분의 지입차주들은 집이나 기지 인근에서 대기 중이다.

작업중단이 장기화하면 수출화물 운송은 거의 마비된다"고 걱정했다. 의왕ICD는 대전 북쪽지역의 컨테이너 수출물량 집하지로 하루 반출입량은 5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한개)에 달한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수도권에 있는 가전사의 수출품은 이곳에 모이기 때문에 이곳이 막히면 전국적인 물류마비가 불가피하다.

이곳에는 화물연대 경인지부와 컨테이너위수탁지부가 조직돼 있는데, 2천여명의 회원이 경유 특소세 인하와 운임인상을 놓고 운송업체.화물차주들과 대립하며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경인ICD지회는 이날 오전 조합원 3백40여명에게 부산항의 집단행동 사태가 끝날 때까지 집에서 비상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날 오후 화물연대 회원 중 3백여명은 기지 앞에서 자체 분임토의와 선전전을 갖고 투쟁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들은 길을 봉쇄하거나 다른 화물차의 출입을 막지는 않았지만 일을 하는 일부 차주들에게 동참을 강요했다.

경인지부 최영준 총무차장은 "부산지부에서 합의안을 부결시킨 만큼 중앙본부 차원의 운송료 협상 과정을 18일까지 지켜보고 향후 집단행동을 강행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1천7백TEU의 수출물량을 운송하지 못해 공장에 쌓아둔 상태다. 대한통운.트라이원.극동컨테이너 등 11개 운송업체도 일손을 놓기는 마찬가지다.

기지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경인지부가 운송업체와 합의를 하더라도 부산지부 파업이 중단되지 않는 한 화물을 운송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의왕에 모인 수출물량은 90% 이상 부산항으로 가는데 부산항이 마비됐기 때문에 화물운송과 선적이 불가능하다.

화물연대가 정부와 충돌, 전면 운송거부를 선언할 경우 경인지부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경인지부 한 회원은 "결국 부산의 상황에 따라 우리의 투쟁방향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날 의왕ICD를 방문, 철도청.경기도.운송회사 등의 관계자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철도를 통한 운송 등 대안을 모색했다.

의왕ICD에서는 기지 안의 철로를 통한 철도운송을 확대, 이날만 13개 열차 2백27량을 동원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만약 물류수송을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경찰력을 투입, 강제해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왕=김종윤.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