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규제, 적을수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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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년대에 들어서서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제도·기구·관행들이 시정 또는 개선되고 간소화되는 추세에 있음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우기 이런 노력과 추세는 성숙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실현돼야할 과제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각부문의 활동을 관리하는 행정규제는 아직도 많은 개선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대한상의가 정부에 낸 건의는 특히 경제활동과 관련한 여러 행정규제의 비합리성을 구체적으로 예거하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모은다.
행정의 간소화와 민간자율영역의 확대가 하나의 일반적 흐름인데 비추어 그 실현의 속도는 사회적 요청에 부응 할만큼 충분히 신속하고 효율 있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하다.
모든 행정영역이 하루아침에 일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국민생활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일선 행정분야는 더 신속히 개선돼야하며 개선의 효과도 직접적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의가 예거한 행정규제의 불합리한 사례는 비록 경제활동과 관련된 한정된 부분이지만 국민생활과의 접점이 넓고 생산성과 핵솔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하루속히 시정될 필요가 있으며 정부의 광범한 행정개혁의 차원에서도 조속히 실현돼야할 성질의 것이다.
경제활동과 관련된 행정규제는 그것이 불필요하게 중복되거나 복잡할 경우 단순히 국민의 불편이라는 측면 외에 경제의 생산성과 핵솔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비용을 높인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더 커진다. 5차계획의 주요목표가 민간경제의 활성화와 자율화폭의 확대에 있는 만큼 행정간소화와 규제완화는 시급한 과제가 된다.
정부의 행정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비능률적인 규제가 지속되는 것은 주로 행정의 관성과 지나친 행정변관 때문이다.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까다롭고 중복된 절차와 규정은 급변하고 있는 경제·사회의 현실보다는 행정의 편의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이에 더하여 관규제시대의 관할의식이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 소관업무를 기득권시하는 사고가 여전하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행정의 관성이라 할 수 있다. 경제·사회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류의 오래된 관행은 하루라도 빨리 탈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정간소화를 늦추는 또 하나의 요인은 지나친 책임의식이다. 소관업무에 관한 건전한 수준의 책임은 공복의 기본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 통념이나 경제 또는 사회발전의 속도와 걸맞지 않으면 책임회피의 구실로 악용될 수 있다. 때문에 행정규제가 적절한 책임의 범주를 벗어나 책임회피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인·허가를 둘러싼 각종 규제행정이 이런 범주에 속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고 싶다.
또 하나의 측면은 이미 경제·사회활동의 질적구조와 여건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제를 존속시키는 일이 많다. 이런 경우의 행정규제는 다분히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행정의 낭비는 물론 사회적 낭비의 원천이 된다. 이런 시대에 맞지 않은 규제와 형식도 부처별로 포괄해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규제의 간소화와 합리화는 행정의 능률뿐만 아니라 경제적 탄력성·생산성을 높이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며 간소한 정부를 지향하는 시대적 요청과도 부합된다.
정부의 가일층 노력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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