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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하멜 소재 소설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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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가 '문학사상' 10월호에 단편소설 '은행나무의 전설'을 발표했다.

1653년 조선 효종 때 제주도에 표착했던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1692)을 소재로 삼았다.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하멜은 표류 직후 서울에 압송됐고, 전라좌수영에서 13년 동안 잡역에 동원됐었다.

소설은 겉으론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멜의 피가 섞인 서구적 외모의 패션디자이너 윤화란과 젊고 활기찬 사업가 이평호의 운명적 사랑이 뼈대다. 반면 속으론 하멜로 상징되는 서구 문물과 조선 전통문화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김 대기자는 연애소설 형식을 빌린 가상의 역사소설이라고 설명했다. 하멜이 머물렀던 조선 효종에서 현종까지 역사, 즉 조선 중기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간 뒤 독일인 선교사에게서 서구 문물을 익혔던 소현세자(1612~45)가 왕에 오르고, 또 그때 하멜을 만났더라면 조선의 근대화가 앞당겨졌을지 모릅니다. 하멜의 일행 중에는 배.총포를 만들 줄 아는 '근대인'이 적잖었거든요.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어요."

"시나브로 '하멜 평전'을 쓰는 과정에서 '김장하다가 겉절이 담는 기분'으로 소설을 썼다"는 그의 언론계 생활은 올해로 47년째다. 그는 "반세기 가까이 객관적 보도가 생명인 기자로 일해왔으나 때론 객관의 울타리를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문학사상' 7, 9월호에 각각 뉴욕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을 다룬 '평화의 새벽'과 '바빌로니아의 노래하는 갈대'도 선보였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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