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승의 호통, "동포인 우리가 북한인권법도 못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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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북한 인권 문제에 주목하는데, 같은 동포인 우리는 무얼 하고 있나.”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의 이철승(92) 원로회 의장의 말이다. 그는 북한인권법을 묵히고 있는 국회에 추상같은 쓴소리를 했다. 7일 여의도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신년인사회에서다.

이 의장은 “소원이 있다면 남북 통일이 돼서 평양에 직접 가 평양냉면을 먹는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리고선 북한인권법 처리를 미루고 있는 국회에 쓴소리를 길게 이어갔다. 이 의장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오래전에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켰고, 유엔 인권위원회는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를 하고 있어 안보리 논의가 미뤄지고 있긴 하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렇게 뜨겁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어 “그런데 같은 동포인 우리는 도대체 뭘 하고 있고, 우리 국회는 왜 전혀 그 문제를 언급도 않고 다루지 않고 있느냐”며 “국회는 북한 인권법을 하루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1954년 3대 국회에서 의정생활을 시작해 4ㆍ5ㆍ8ㆍ9ㆍ10ㆍ12대 국회까지 7선 의원을 지낸 한국 정계의 산 증인이다.

이 자리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차 와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그동안 여러 가지 국회가 제대로 풀지 못한 문제를 올해는 서로가 대화를 통해 잘 풀어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 외에 다른 원로들도 북한 문제를 언급했다. 목요상 헌정회장은 “역학자에게 듣기로 을미년의 을은 꽃을, 미는 흙을 의미하는데 흙이 있어 꽃이 피는 좋은 운이 있는 해라고 한다”며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올해는 남북관계에 있어 대화를 통해 통일로 나가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남북 통일의 초석을 깐다는 마음가짐으로 남북 간 국회회담을 제의하겠다”고 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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