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담화'에 과거사 반성 들어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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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70년을 맞아 올 8월에 발표될 '아베 담화'의 표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전 50주년 때의 무라야마 담화(1995년), 60주년 때의 고이즈미 담화(2005년)와 마찬가지로 '침략' '식민지 지배' '통절한 반성과 사죄'란 표현이 들어갈지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지난 5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지난 전쟁에 대한 반성, 전후 평화국가로서의 행보, 그리고 앞으로 일본이 어떤 기여를 해 나갈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새로운 담화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담화(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표현만 봐서는 과거 담화의 문구가 그대로 들어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베가 해 온 발언이나 애매한 단어 구사를 감안할 때 "상당히 다른 담화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아베가 말하는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표현은 "세부적인 부분(침략 전쟁 인정, 통절한 반성과 사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선 '담화는 한국·중국에 대한 사과를 목적으로 내는 것이 아니다'란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에 대한 배려가 강하게 표현될 경우 아베의 지지 기반인 보수세력이 반발할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아사히신문은 "정권 내에는 '담화 자체를 뒤집는 바보 같은 짓을 하면 근린 제국(한국·중국)으로부터 몰매를 맞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전했다.

아베는 2012년 말 취임 후 2년 연속 8월15일 기념사에서 '아시아 제국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2013년 4월에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 "(무라야마 담화를) 아베 내각으로서 그대로 계승하는 건 아니다"란 말도 했다. 일 정부는 '아베 담화'의 초안 작업을 진행할 지식인회의를 이달 중 설치하기로 하고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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