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 이문제] 태화강변 누각 복원 '졸속'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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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태화루가 있었던 자리로 추정되는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강변 로얄예식장(가운데) 일대와 학성 이씨 월진문회가 소유하고 있는 현판(아래).

울산시가 태화강변에 '태화루'를 복원하려 하자 지주 등이 '졸속'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주들은 울산시의 갑작스런 복원 추진을 "재산권을 짓밟는 횡포일 뿐 아니라 현실을 무시한 졸속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시는 "태화루 복원은 지역의 숙원사업인 만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발단=지난 7월 부동산개발업체 홍명건설은 중구 태화동 화진마을 로얄예식장 일원 2만7000평에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 위해 지주 24명과 매매계약을 했다. 그러자 지역 문화예술계가 "울산시가 10여년째 태화루 복원 말만 할뿐 토지용도조차 바꿔놓지 않아 복원 기회를 날려버렸다"며 성토하고 나섰다.

울산시는 "아파트 건설 추진을 몰랐다"며 "업체의 양해를 구해 아파트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1주일만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11억원을 들여 로얄예식장 일원에 태화루를 복원해 10리 대숲과 어우러진 역사.생태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논란=권의식(76)씨 등 지주들은 "울산시가 태화루 복원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가 땅을 팔려고 계약금까지 받은 뒤에야 복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누각 복원에 수백억원을 투입하는 것도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주민들은 또 "기왕이면 넓은 부지에 복원해 시민휴식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지 변경을 요구했다.

홍명건설은 "울산시가 스스로 마련한 도시계획을 뒤집으면서까지 민간업체의 합법적인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처럼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게 해놓으면 기업체가 뭘 믿고 투자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태화루 복원 관련 언론의 시민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복원 비용은 50억원 미만이 적정하며, 43%는 시 예산이 아닌 국비로 추진해야한다고 답했다.

울산시는 "태화루 복원과 관련해 시가 잘못한 점이 있으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태화루는 영영 복원할 수 없다"며 "사업자와 지주들이 손해 가지 않은 선에서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주들은 "평당 1200만~1400만원에 팔기로 계약을 했다"며 "시의 토지매입 계획은 평당 평균 570만원밖에 안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태화루=울산발전연구원이 발간한 '태화사지.태화루 문화유적'에 신라 선덕여왕 때 태화사 부속건물로 세워졌고 영남루(밀양).촉석루(진주).부벽루(평양)와 함께 조선시대 4대 누각으로 꼽혔다고 기록돼 있다. 임진왜란 전후 사라진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의 시를 통해 로얄예식장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될뿐 증거는 없다. 로얄예식장 주변은 도시계획상 주상복합건물 건축이 가능한 준주거지이고 현재 예식장.카센터 등 상업시설과 주택이 들어서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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