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련의 트렌드 파일] 귀하만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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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명품 브랜드가 주최한 특별한 패션쇼가 장안의 화제였다. 대여비가 1000만원을 훌쩍 넘는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7~8명의 모델이 따끈따끈한 신상품을 첫선 보인 패션쇼. 이 쇼가 특별히 화제가 된 이유는 오직 최상류층 고객 10여 명만을 위해 열린 행사였기 때문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개인화된 제한적(Exclusive) 서비스. 이것이 명품 브랜드의 고객이 누리고 싶어하는 최고의 가치란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사례다. 이 같은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이 갈수록 더욱 차별화되고 있다.

비행기 안에 특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랍의 에미리트 항공사. 이 회사는 최고급 디자인의 스위트 프리미엄 좌석 12개를 운영하고 있다. 최대한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여유 있는 공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담당별 서비스까지 제공, 하늘을 나는 특급호텔을 실현한 사례다.

한편 뉴욕의 센트럴 파크 앞에 위치한 만다린 오리엔탈(mandarin oriental) 호텔은 최상위층 65개의 최고급 콘도미니엄을 분양, 개인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연 예약부터 호텔의 음식 맞춤 서비스까지, 그뿐만 아니라 호텔의 모든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그야말로 특권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오트 쿠튀르 출신 디자이너 장 파투(Jean Patou)는 한 사람만을 위한 향수 제작 판매로 유명하다. 천연향수의 원료를 고객이 원하는 향기로 고르면 그만을 위한 향수를 만들어 고급스러운 크리스털 향수병에 고객의 이름을 새기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수(사진)를 선사해 준다.

이처럼 한 개인만을 위한 맞춤 서비스는 실제로 매출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명품들이 고객에게 그만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킴으로써 고급 이미지를 배가하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파리 오트 쿠튀르의 디자이너들이 맞춤복 제작 판매로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그들의 명성을 활용해 기성복 수익을 증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이러한 특별한 맞춤 서비스는 패션과 화장품뿐 아니라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 제품부터 아파트까지 모든 소비재 상품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이에프 네트워크 대표 ppoppo@fashio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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