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웰빙가에선] 작심삼일과의 이별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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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호 22면

“새해부터 할게요.”

최근 만났던 환자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새해가 되면 가장 많이 하는 결심이기도 하면서 작심삼일로 돌아가기 쉬운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운동·금연·금주 등 생활습관 교정이다.

운동을 결심하더라도 막상 하려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자주 해야 좋을지가 막막하다. 헬스클럽이나 수영장 같은 곳에 등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결심도 어렵다. 실천은 더욱 엄두가 안 난다. 하지만 정해진 운동이 아니라도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려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허다하다. 계단 이용하기, 점심식사 후 티타임 대신 함께 산책하기, 화초 키우기, 집 안 청소하기 등 어떤 형태로든 몸을 움직이는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건강에 이롭다.

평소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할 시간이 없는 필자 역시 환자들로부터 “무슨 운동을 하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으면 딱히 대답할 게 없다. 하지만 운전을 못하는 덕분에 활동을 좀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은 참 다행이다.

출근 후 병원에서 진료하고 일하는 동안 거의 멈춰있던 내 휴대전화의 만보계는 퇴근길에 지하철 갈아타기와 걷기를 번갈아 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숫자가 올라간다. 평소에 하던 운동이 없고 필자처럼 거의 앉아 생활하는 사람들의 경우 욕심을 부려 운동을 강도 높게 시작하면 초반에 지쳐서 작심삼일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사람일수록 일상생활의 가벼운 신체활동을 더 하고 걷기 등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 점점 빈도와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헬스클럽에서 매일 2시간 운동’과 같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새해엔 하루에 30분 정도만 더 움직일 수 있게끔 일상의 시간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

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비(非)활동적인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비활동적인 시간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TV 시청, PC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다. 일상에서 이런 것들의 평균 사용시간이 길어질수록 비만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많다. 이런 시간은 움직임이 적다는 것도 문제지만, 각종 광고를 통해 접하게 되는 음식들의 유혹이 체중 증가와 간접적으로 관련된다.

체중 조절을 위해 필자의 비만클리닉을 찾았던 한 가족의 경우 주말에 늦게 일어나 TV 앞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역시 TV를 시청하며 간식을 먹었다. 저녁엔 또 가족이 함께 TV 앞에 모여 앉아 배달음식을 즐겼다고 한다. 이들은 이 같은 식습관이 가족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런 사람들은 과감하게 TV를 없애거나 아예 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TV 시청시간을 건강에 유익한 시간으로 바꾸고 싶다면 헬스자전거를 타거나 짐볼에 앉아 TV를 시청하길 추천한다.

담뱃값 인상 소식 때문인지 지난 연말엔 새해가 되면 금연하겠다고 필자와 약속한 환자가 다른 어느 해보다 많았다. 금연은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금연 분위기가 무르익을 올해만큼은 보건소나 병원의 금연클리닉에서 니코틴 패치나 금연보조제 처방을 받아서라도 금연에 반드시 성공하길 기원한다.

해가 바뀔 때면 새 사람이 돼 오겠다며 굳은 각오를 보이던 환자들 가운데 약속을 지킨 경우도 물론 있다. 또 다른 변명을 하며 한 해를 버티는 사람도 많다. 해마다 작심삼일로 끝나더라도 일단 변화를 시도하는 그들의 노력이 반갑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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