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전원 대학 보낸 대전 한빛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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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학교에서 모범 학교로 변신 중인 한빛고등학교의 김은영 교사(가운데)와 송동섭 연구부장(오른쪽서 셋째)이 새로 조성된 산책로에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입학할 땐 절망뿐이었지만 지금은 남들에게 자랑하고 다녀요."(3학년 류정훈군)

"처음엔 심란해 잠도 안 왔는데 학교가 발전하는 걸 보니까 애를 보내길 잘했단 생각이 들죠."(학부모 김효영씨)

교육 여건이 나빠 평준화에서 제외됐던 학교. 재단의 비리로 내분이 끊이지 않았던 학교. 그랬던 대전 한빛고등학교가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신 중이다.

8일 오후 9시, 한빛고의 역사교과실에서는 황미경 교사의 국사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수능 선택과목으로 국사를 택한 2, 3학년생 15명을 위해 황 교사가 자발적으로 하는 수업이다. 이 학교에서는 평일 저녁이면 학년별로 한 과목씩 보충수업을 한다. 일종의 '무료 과외수업'으로 지난해부터 교사 20여 명이 무보수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올 초엔 졸업생 전원이 대학에 합격했다. 김주혁(수학)교사는 "보충수업을 받고 학생들의 점수가 40점에서 50~60점으로 올라가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빛고는 과거 '성복고' 시절엔 재단 비리 때문에 매우 불안정한 학교였다. 시설은 열악했고, 교사들은 편이 나뉘어 갈등을 빚었다. 학부모들이 몰려와 항의하는 사태도 있었다. 1991년부터 이 학교에 근무한 송동섭 연구부장은 "교사들이 자기 자신 챙기기에 급급해 학생들에게 신경쓸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학교가 변신을 시작한 것은 삼성 출신 기업가인 홍사건 이사장이 세운 한빛학원이 학교를 인수한 2000년부터다. 홍 이사장은 우선 교명을 한빛고로 바꾸고 과감한 시설 투자에 나섰다.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체육관과 도서관을 신축했다.

교사 연수도 대폭 강화했다. 학기 말엔 전 교사들이 모여 워크숍을 열고 학교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우수 교사는 일본 연수를 보내줬고 '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학비를 대준 교사도 8명이나 된다.

김정현(3학년)양은 "이 학교 안 들어 왔으면 원하는 대학을 바라보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선생님들의 지도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차재경 (생물)교사는 "다른 학교 교사들이 예전엔 '깡패학교 아니냐'며 걱정했는데 이젠 '도서관도 들어서느냐'며 부러워한다"며 "평준화되면 우리 학교를 1지망으로 쓰는 학생이 많아지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는 현재 인문계나 실업계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입학한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평준화 고교로 바뀐다.

대전=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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