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토지 보상비가 또 땅값을 올리는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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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각종 개발사업의 보상비로 모두 14조원이 넘는 돈이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비 규모로는 사상 최고치다. 경부고속철도 건설과 인천국제공항 건설로 보상비가 그동안 가장 많이 나갔던 1997년 8조5000억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이처럼 보상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전국 곳곳에 마구잡이로 개발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동안 땅값이 많이 오른 것도 보상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 한몫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개발사업을 위해 사들인 땅의 면적은 2003년에 비해 0.6%가 줄어들었지만 보상비는 70%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면적의 땅을 사들이는 데 그만큼 돈이 더 들어갔다는 얘기다.

토지공사.주택공사.SH공사(서울시 산하).경기지방공사 등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는 4대 공기업이 올해 풀기로 한 보상 예산만도 7조3000억원에 이른다. 여기다 내년부터는 충남 연기.공주지역의 행정도시 토지 보상비 4조~5조원과 무안.충주.무주.해남.영암 등 기업도시의 토지 매입비 1조3000여억원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보상비가 늘어나는 데 있지 않다. 거액의 보상비가 일시에 풀리면 그 보상비로 주변의 땅을 사두려 하니 주변 땅값이 급등하고, 그 여파로 보상비가 더 들어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가 각종 개발사업을 벌여 전국의 땅값을 올려놓는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지방 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전국 각지에서 벌이는 개발사업이 보상비 지급-땅값 상승이란 악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쪽에선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고 법석을 떨면서 다른 한쪽에선 정부가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앞으로 행정수도, 공기업 지방 이전에 따른 땅값 상승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공장을 짓고 싶어도 땅값 부담으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다. 정부가 각종 균형개발이니 하여 땅값만 올리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시기를 조정하는 한편, 현금으로 주는 현행 보상비 지급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 바로잡습니다

9월 21일자 30면 사설 '토지보상비…'내용 가운데 '경기개발공사'는 '경기지방공사'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