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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워킹맘 성공 조건은 일과 가족의 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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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아디 오펙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대표

2014년 1월 한국에 부임했으니 어느덧 1년이 가까워간다. 그간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자주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자녀가 있는데 가정과 회사 일을 병행 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물론 어렵죠. 그래도 제겐 둘 다 소중한 일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많은 한국 여성이 자신의 경력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신·출산·육아 문제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한 해에 100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면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다임러그룹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양성이야말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할 때 남자인 것처럼 행동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여성으로서 자신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지금껏 직장에서 많은 기회를 잡아왔다. 다임러에서 일한 15년 동안 많은 남성 리더들을 만났고, 그들은 엄마로서 아이들을 돌보며 직장인으로서 효과적으로 시간을 사용했을 때 더 큰 존경을 나타냈다.

 나의 어머니로부터 일과 가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배웠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어머니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넌 아이를 갖고 있고,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야만 한다”고 강조하셨다. 물론 워킹맘이 갖는 마음의 짐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하지만 어머니의 조언 덕분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을 갖게 됐고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러면 여성 경력 개발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먼저 동등한 기회를 통해 구직 때부터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명확한 성과 기준도 필요하다.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가 아닌 결과물로서 평가 받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일과 삶의 균형이다. 특히나 워킹맘에게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사전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직장에서 엄청난 생산성과 집중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회사는 워킹맘을 포함한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들의 고용 증대, 노동생산성의 과학적 관리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다양한 지원책 덕분에 지난해에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공유(Job sharing)라는 방법도 제안하고 싶다.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로, 두 명의 여성이 한 개의 일을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도 도입하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방식이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지금은 여성의 업무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다. 여성이 가진 능력을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아디 오펙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