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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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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들의 상생발전을 명목으로 2012년부터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행 2년이 지난 지금도 제도 도입의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많다.

 시장경영진흥원의 전통시장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통시장 매출은 연평균 2.5%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된 2012년과 2013년만 보더라도 전통시장의 매출은 오히려 20조1000억원에서 19조9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대형마트 규제 취지와는 다르게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효과가 전통시장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소비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에 투입된 약 2조원의 정부 재원과 대형마트 의무휴일 도입제도가 과연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것이다.

 물론 유통 분야의 상생 발전이라는 취지에 대해선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취약계층에 있는 중소 상인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같이 상생하며 발전한다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농산물 유통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중소상인들과 마찬가지로 농업인 또한 약자이며 취약계층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농업인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공산품과 달리 출하시기 및 유통기간에 있어 폐기율이 높은 농산물의 특성상,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실시로 농업인들은 농산물 판매 감소는 물론 납품단가 하락 등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휴일 휴무제를 실시하는 경우 평일 휴무제에 비해 2배 이상의 판매액 감소가 나타나고 있으며, 결국 이는 농업인의 직접적인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5%밖에 남지 않은 숫자로 한국의 식량주권을 책임지고 있는 농업인들은 생산비 증가와 농산물 판매 저하라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쌀 관세화 등으로 외국의 값싼 농산물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해 농산물 유통에까지 지속적인 타격을 입는다면 농업인의 피해는 생존권을 위협받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소비자 또한 피해를 보고 있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찾는 건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인데도, 전통시장과 중소 시장상인들에게 반사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공익적 의식 때문에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어쩌면 이러한 불편한 현실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하고 전통시장과 중소시장상인의 매출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진정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발전을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대형마트에 대한 일방적인 휴일 의무 휴무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일부 지자체의 사례처럼 휴일 휴무를 고집하기보다는 평일 휴무로 하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간담회와 마케팅 노하우 전수 등 양측이 서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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