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 아닌 곳서 전쟁 나면 북한이 악용, 남침 가능성|「이클레」미국방 차관이 말하는 한반도 주변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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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논설위원>
한반도 주변의 군사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인상이다. 월남전 이후 「카터」행정부 때까지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축소하던 미국이「레이건」행정부에 와서 군사력으로 아시아 복귀를 서두르는 눈치다.
페르시아만의 전쟁이 극동에 제2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일본이 방위력 증강에 나섰다. 무슨 풍운이라도 몰려드는 것 같다. 한반도 주변이 왜 이렇게 소란한지「프레드·이클레」미국방생 정책담당 차관에게 물어보자.
-미국은 최근 갑작스럽게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소련과의 대결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련의 태평양군사력 증강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지만, 소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강력한 해군력을 유지해온 것 아닙니까?
▲「이클레」차관=그렇지가 않지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소련 군사력은 일정하지가 않았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증강된 겁니다. 우리는 소련의 군사력 강화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련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클레」=세계적인 군사력 증강의 일환입니다.
소련은 핵전력 분야에서 미국보다 3배의 군사비를 쓰고, 재래식 전력에서는 미국보다 80%이상의 군사비를 더 지출했어요.
그런 막대한 군사비로 소련은 극동과 유럽, 그리고 중동에서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겁니다.
그건 소비에트 제국주의의 군사정책입니다. 군사력으로 뒷받침되는 소비에트 제국의 팽창인 거지요.
-그런 정책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진영이 강력한 대응책을 취하리라는 걸 크렘린 지도자들이 몰랐을까요?
▲「이클레」=물론 알았어야지요. 그러나 70년대에 서방세계는 데탕트정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있었어요. 그래서 충분한 대응책이 서질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데탕트의 환상으로 미국·일본·서구의 주요국가들은 오히려 국방예산을 줄여 오지 않았습니까.
-최근 미국의 국방지침 이라는게 공개되어 한국사람들을 불안하게·만들고 있습니다. 「84 회계연도∼88 회계연도의 국방지침」이라는 걸 보면, 소련이 페르시아만의 산유국들을 공격하면 미국은 소련의 시베리아해안 지대와 북한, 그리고 베트남을 공격하여 소련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소련과 북한이 단독으로나 공동으로 미군이 주둔하고있는 한국에 보복공격을 가하리라는게 거의 확실하다고 보겠습니다.
페르시아만의 전쟁에 어째서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겁니까?
▲「이클레」=우리 전략은 그런게 아닙니다.
우리의 전략은 어디까지나 공격받은 지역에서 재래식침략을 저지하고 분쟁을 그 지역으로 한정시키는 겁니다.
공격받은 지역에서 단시일 안에 침략을 저지할 수 없게 되면 장기전으로 들어갑니다.
그럴 경우 공격을 받은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소련을 공격하여 제2전선을 펼 가능성이 있어요.
사실 해군끼리의 전쟁에서는 전역이 확실치가 않은 법입니다. 그래서 해군전 에서는 전로를 뒤집고 침략을 저지하는데 필요한 경우라면 어디서든지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게 전통적인 해군의 전략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페르시아만의 전쟁이 극동지역에 제2전선을 열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이클레」=소련은 페르시아만 이외의 지역도 공격할 능력을 갖고있어요.
게다가 미소간의 재래식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초기에 끝장나지 않을 경우 북한이 그 틈을 타서 한국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련이 어느 지역을 공격하면 미국이 다른 지역에서 소련을 공격한다는 게 수평적 확전이라는 개념 아닙니까?
▲「이클레」=「카터」행정부말기에 그런 개념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런말 안씁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소련이 한 지역이상을 동시에 공격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우리도 제2전선에서 공격을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페르시아만의 전쟁 같은 사태를 악용할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좀더 상세히 얘기해 주십시오.
▲「이클레」=공륜와 해상윤송 같은 기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침략과 공격에 신축성 있는 대응을 할 수 있게 만전을 기하고 있어요.
미소전쟁에 미국이 중공의 협력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현실성이 없는 것 아닙니까?
▲「이클레」=미국과 중공간에는 공동의 이익이 있어요. 그렇다고 군사적인 협력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외교적으로만 보면 소련과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공동작전을 펼 형편이 아닐지 모르나 군사적으로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클레」=소련은 그들의 정책에 부합되기만 하면 북한에 실질적인 막대한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에 우리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는 대한해협봉쇄 얘기입니다. 한일간에 군사적인 관계가 없는데 대한해협의 공동봉쇄가 가능할까요?
▲「이클레」=우리의 목표는 소련의 침략을 저지하는 겁니다. 침략저지에 실패하면 전시에는 많은 일이 일어날수 있어요.
한미간에 중요한 안보상의 인식차가 있는 것 같아요. 미국은 소련을, 한국은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합니다.
▲「이클레」=인식차 같은 것 없어요. 우리는 북으로부터의 여러 가지 위협을 저지하기 위한 방위조약을 한국과 체결하고 있고, 한국에 강력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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