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치질서에의 영향 최소화해-1단계 「해금」내용과 앞의로의 정국을 내다본다-정치부 기자 방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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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5공화국 정계의 오랜 숙제가 부분적으로 해결된 셈입니다. 남아있는 정치 규제자 5백55명중 2백50명에 대한 이번 1단계 해금내용을 분석해보면 어떻습니까.
-대체로 이른바 거물·중진은 적고 정부의 발표대로 고령자·정치활동을 하지 않을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거물급으로 불릴만한 인사로는 이효상 전 공화당 의장서리가 포함된 정도입니다.
-반면 이석제·유혁인·박경달·김용환·이낙선·김현옥·양탁식씨 등 전직장관·청와대비서관등이 많이 풀렸어요.
-전직의원은 모두 68명이 풀렸는데 정당별로 보면 △공화 34 △신민 17 △유정 8 △기타 9명입니다. 이중 10대의원은 28명인데 그 내용은 △공화 11 △신민 8 △유정 8 △무소속 1명등 입니다.
-전직의원 상당수도 이미 정치를 포기했거나 지역구기반이 별로 없는 인사들인것 같군요. 정치적으로 해석될만한 인사도 더러 있긴 하지만….
-강경 재야로 불리던 구상도동계(김영삼)의 황낙주·박용만·정재원·이필선씨 등이 풀린 것이 그런대로 주목돼요. 또 김대중씨 측근이었던 김경인씨 같은 사람도 풀렸고.
-I현역의원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면 해금자중 정치를 재개할만한 인물과 현역의원의 지역구중복문제가 있을 텐데요.

<대상자 예상보다 많아>
-역시 가장 민감한 문제가 그거죠. 대충 훑어보니 황명수 의원(의정)의 출신구인 천안·아산쪽에 정재원·강필선씨 등이, 나석호(민정) 이재근(민한) 의원지역인 나주·광산에 김윤덕(구신민) 임인채(구공화)씨 등이, 정재철 (민정) 허경구(민한) 의원지역인 속초쪽에 김종호(구공화) 박경원(구신민) 한병기(구공화)씨 등이 각각 풀렸어요. 그밖에 오한구(민정) 홍사덕 의원(민한)의 영주에 박용만씨(구신민)가, 임재정·지정도(민한)의원이 나온 광주에 박철·이필선씨 등이 풀린 것도 눈에 뜁니다.
-구 야당계 중 상도동·동교동·방배동이니 하는 구 계파별로 정치적 의미를 찾긴 힘들어요.
-대체로 이번 1단계로서는 정치적 의미는 약하고 정치를 안할 사람, 노령자, 정치권외의 인사들을 주로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I처음부터 현존 정치질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었잖아요.
-다음으로 이번 조치의 의의에 관해 얘기해보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구시대와의 인위적 단절을 정상화시킨다는데 역시 가장 큰 뜻이 있다고 봅니다. 작년말의 김대중씨 등의 석방으로 제5공화국 이전의 문제로 묶여있는 사람은 정치 규제자 뿐이었는데 이제 남은 그 매듭도 풀기 시작한거죠.
-말하자면 비정상적 상태가 정상화되는 셈이죠. 명분이야 어떻든 소급립 법으로 기본권을 제약한 비정상적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은 진전입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의 방치는 그것자체로 정부의 부담이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이번 해금조치 역시 작년말의 석방조치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고 고위당국자는 설명하더군요. 10·26후의 혼란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안정을 이룩한 자신감과 이를 바탕으로 온 국민이 동참·화합하는 가운데 앞으로 발전해 나가야겠다는 결의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선진조국의 창조를 위한 온 국민의 동참이란 논리가 강조되더군요. 한 당국자는 이번에 풀린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동참의지와 행동을 보여줘야 나머지 규제자들에 대한 해금도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보던데요.
-확실히 1차 해금자들의 태도가 다음 해금 의한 변수가 되겠죠.
-지금 단계로선 2단계 해금시기를 점치기는 어렵겠죠.
-I물론입니다. 1차 해금자들이 대충 「교통정리」되는 것도 좀 지켜보고 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죠.
-이번 조치가 발표되기 직전에 상당히 손질돼 대상자의 수가 갑절정도 늘어났다는데 혹시2단계 분까지 이번에 한꺼번에 풀어준 것인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2차 해금은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되겠죠.
-과거5·16후 정정법 대상자를 1년 사이에 다 풀어버린 결과 정치가 과열돼 민정이양시기만 늦어지는 부작용을 빚었다는 말을 하는 고위당국자가 있어요. 그의 말로 미루어 짧은 기간에 많이 풀 가능성은 적어요.
-이번 조치를 뜯어보면 현존정치질서에 가급적 영향을 주지 앉으려는 정치적 배려가 역연한 것 같아요.

<정부서 고심한 흔적 역력>
-그렇습니다. 우선 시기선택에 있어 야당들의 전당대회와 당직개편이 다 끝난 후에 조치가 취해진 것은 해금이 현 야당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배려라고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해금인사 면면을 보면 당권도전이나 신당운동을 할 인물은 적어 보여요. 정치를 포기했거나 재개하기 어려워 보이는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나 정치를 할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이라도 대체로 각 당에 흡수되기 쉬운 사람들이 많은 것이 두드러져요.
-사실 당국으로서도 고심했던 것 같아요. 정치를 않거나 못할 사람을 많이 풀어야 현 정계에 영향이 적을텐데 너무 그런 인사만 풀다가는 해금자체의 뜻이 약해 지는데다 동참논리에도 맞지 않고 좀더 「모양」있게 하자니 정계에 충격이 클 터이고….
-정부 내에는 한때 해금시기를 두고 25일 설과 대통령취임 두돌인 3월3일설의 두 가지가 있었다는 얘기예요. 그러나 굳이 해금을 취임기념일에 맞출 필요는 없고 달을 또 넘겨 시일을 늦추는 것같이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렸다고 해요.
-발표하기 하루전인 24일 당국은 국회의장·3당 대표 등에게 사전통고를 했더군요. 또 규제자중에서도 유력한 모모인사들에게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공식으로 미리 알려지게 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민정당과는 꽤 오래 전에 협의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해금대상자를 공동으로 미리 스크린 했다는 소문도 있고요.
-지난 22일 지방으로 내려간 이재형 대표위원이 24일 부산에서 해금시기에 관한 질문을 받고 『2월말까지 기다려보자』고 했잖아요.
-25일로 결정 된것은 약2주일 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읍니다. 올해 따라 대통령의 각 부처 새해업무보고청취가 약간 빠른 진행을 보였는데 아마 이런 일련의 정치일정과 유관 했던게 아닌가해요.
-정가의 추측은 대개 1백20∼1백50명 선이었는데 이 숫자는 그런대로 근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막바지에서 대폭 늘어나 2백50명이 됐지만….

<현직과 지역구경합 많아>
-이제부터 해금자들의 동향을 쫓느라 정치부기자들이 더 바빠지게 됐어요.
두고봐야 알겠지만 해금인사를 크게 나눈다면 △정치 포기파 △관망파 △즉각 입당파 △신당 추진파 등으로 볼 수 있겠지만 역시 관망파가 압도적이겠지요.
-구시대의 소속정당이나 계보별로 우선 모임을 갖고 진로 문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총선도 2년이나 남았으니 다음선거의 공천·당직 가능성 등을 충분히 가늠한 후 거취들을 정하겠지요.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마는 아무래도 구 여권은 국민당으로, 구 야권은 민한당으로 갈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민한당은 이미 지난 9일의 전당대회에서 해금에 대비해 당무위원 5명, 중앙 상무위윈 40명등 45명을 늘릴 수 있도록 당헌을 고쳤지요.
-유치송 총재도 광주연두회견에서 구 야권 인사와는 한솥밥을 먹도록 하겠다고 입당을 희망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읍니다.
-그러나 구 여권인사에 대해서는「검토」를 해봐야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이들이 입당을 희망 한다해도 「선별적」으로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구 여권사람 자신들도 과거의 인연이나 현재의 지역구 사정 등으로 볼때 역시 민한당보다는 국민당쪽을 택할 가능성이 많겠지요.
-민한당 내에도 표면적으로는 명분 때문에「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지역구 경합등을 생각하면 속사정은 그렇게 간단 하지만도 않은 것 같더군요.
-특히 새로 참여한 신인 중에는 불안감이 많아요. 거의 「정치프로」라 할 선배들과 경쟁을 해야할 입장이니….
-현직 민한당 의원 중 적어도 20명 이상은 규제자들이 다 풀릴 경우 선거구가 겹쳐 당장 위협을 받게될 형편입니다.
-과거의 보스가 풀릴 경우 「선처」를 해주지 않는 한 선거구를 되돌려 주어야할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도 있지요.
-일부해금자의 경우 평소 야당자세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입당보다는 신당을 추진하리라는 추측도 있어요.
-구 신민당의 3대 산맥이라고 볼 수 있는 상도동(김영삼) 동교동(김대중) 방배동(이철승)중 주로 상도동쪽에서 신당 추진설이 거론됐지요.
-하지만 이번에 1차 해금조치의 결과만 갖고는 신당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아요.
-현존 정치질서를 크게 흔들지 않는다는 기본전제에서 취해진 조치라고 보면 의당 그렇겠죠.
-I정당까지는 안가도 과거의 인연에 따라 「동지회」같은 이름의 친목단체를 구성할지도 모르지요.
-현실적으로도 개별입당을 하는 것보다는 집단입당을 해야 사후보장이랄까 당내 예우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의 가능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친목 단체 등 구성 가능성>
-그렇지만 입당교섭이나 협상과 같은 현상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쪽은 기존정당쪽 보다는 당장 정치발판을 구축해야할 해금자쪽이 아니겠읍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입당성명이 심심찮게 나오겠구먼.
-민정당 쪽으론 해금 인사가 흡수될 전망이 없습니까요.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죠. 국민 총화합이라는 해금의 명분으로 봐서도 해금자중 몇몇은 발탁을 할거예요.
-이번 해금이 정국전반에 미칠 영향은 어떻겠습니까요.
-원하든 않든 정치의 장이 확대되고 정치발언이 더 활발해질 것은 틀림없겠지요.
-이미 야당의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야당의 소리」가 높아질 것은 분명합니다.
-풀린 사람과 현역이 경쟁적 입장으로 바뀜에 따라 자연 정치발언의 수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과거의 선명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계속 묶인 사람은 더 선명하고 풀린 사람은 덜 선명하다는 식으로 생각해 풀린 인사들이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돋울 가능성도 있지 않겠어요.
-이런 저런 사정을 생각하면 해금정국은 여야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보다는 다소 긴장된 여야관계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읍니다. 이렇게 되면 국회운영에도 영향이 있겠죠. -그러나 1차 해금자들의 언동이 계속 묶여있는 사람들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예상외로 해금의 파고가 높지 앉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요.
-하여간 해금은 되고 선거는 점점 다가오고 하니 정국이 술렁이게 될 것은 필연적이겠지요.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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