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등쌀에 고달픈 다이애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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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줍은「다이애너」의 모습을 처음 소개, 일약 동화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영국 언론들이 이제 와서『황태자비는 언론의 창조물이니 마땅히 언론의 소유물』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분에 따라 황태자비를 치켜올리기도 하고 사정없이 괴롭히고 있다.
이들은「다이애너」가 사진 기자들을 위해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기를 거부하면 심술을 부리면서 그녀가 아픈 것이 아니냐, 결혼 생활이 순탄치 못하다, 행동거지가 황태자비답지 못하다는 등 온갖 이야기를 지어내 그렇지 않아도 세상의 이목 때문에 편할 날 없는 황태자비를 괴롭히고 있다.
건강하고 귀여운 아들「월리엄」을 낳아 온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은지 7개월만에 그녀는 난데없이『버르장머리가 없다』느니,『마녀』라느니,『괴물』이라느니 하는 악평을 뒤집어썼다. 최근 영국의 뉴스오브 더 월드지는 한 미국 심리학 교수의 말을 인용, 그녀가 결혼생활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와 시집 식구들과의 갈등, 경제상태의 변화 등으로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80%나 된다고 주장했다.
모든 언론이「다이애너」의 얘기를 연일 보도해 영국 국민들로 하여금『「찰즈」가 그녀에게 구혼하지 않는다면 악당』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면서 「찰즈」와「다이애너」의 결혼은 순전히 언론의 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같이 방약무인한 언론에 질린 왕실의 공보담당자들은 얼마 전 연말 휴가만이라도 조용히 보내게 해주면 사진 찍을 기회를 공식으로 제공하겠다고 협상을 제의했으나 때 맞춰「앤드루」왕자와「쿠·스타크」양과의 연애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
이같은 기자들의 등쌀에 지칠대로 지친 왕실가족들은 이제 경호를 대폭 강화해 기자건, 사진기자건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언론이 쇠파리처럼 들러붙자 참다못한「엘리자베드」여왕은 북미순방 중「앤드루」왕자의 사생활을 처음 발설한 영국 최대 일간 선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여왕이 언론기관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타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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