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인천 할머니 살해 정형근 구속영장 신청

중앙일보

입력

경찰이 인천 여행 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의 피의자 정형근(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정씨는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할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30일 정씨를 살인 및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20일 오후 6시쯤 인천 남동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전모(71) 할머니를 살해한 뒤 다음날 오후 10시30분쯤 자신의 집에서 150m 떨어진 주택가 주차장에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정씨는 2년 전부터 전 할머니와 친분을 맺었다. 전 할머니의 딸이 운영하는 포장마차를 동료들과 자주 찾으면서 할머니와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다. 평소 전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사건 당일인 20일 오후 4시50분쯤 정씨는 "잔칫집에 간다"며 집을 나온 할머니와 마주쳤다. 당시 술에 취해있던 정씨는 "2차를 가자"며 할머니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이동했다. 이후 말다툼을 벌이다가 집에 있던 흉기와 사기그릇 등을 이용해 할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다음날 정씨는 할머니의 시신을 가방에 넣고 먼 곳에 유기하려고 끌고 나왔다. 하지만 "시신이 든 가방이 무거워 집 근처에 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할머니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동기는 밝히길 꺼리고 있다"며 "정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프로파일러 등을 동원해 심층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전 할머니를 살해한 뒤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교회를 찾아가 전 할머니의 딸과 가까운 거리에서 예배보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정씨는 지난 22일 할머니의 시신이 발견되자 도주를 결심했다. 걸어서 경기 부천과 서울 개봉동, 문래동까지 이동했다. 서울 관악산과 남산 등에서 숨어 지내고 노숙을 하기도 했다.

정씨는 도주 첫 날인 23일 서울의 한 은행에서 아들의 체크카드로 현금 42만원을 인출했다. 이후 현금만 사용하고 주로 걸어다니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그러나 술김에 사용한 체크카드가 올가미가 됐다. 지난 29일 오후 6시40분쯤 서울 중구의 훈련원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다른 노숙자들과 마실 막걸리와 소주를 사면서 카드를 사용했고, 추적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정씨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현금은 100원짜리 두 개밖에 없었다. 흉기는 모두 정씨의 집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정확한 살해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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