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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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00년 전설적 부호「앤드루·카네기」창설. 공학, 경영, 과학, 예술, 인문 등 5개 학부에 학생수 5천5백명.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소재. 이름은 카네기 멜런 대학.
우리 귀엔 생소하지만 공과대학(카네기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러지)으로 출발, 줄곧 명성을 지켜왔다. 특히 컴퓨터 분야에선 MIT(매사추세츠 공대), 스탠퍼드 대학 다음가는 명문교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 외국신문을 보면 이 대학은 무려 3천5백만 달러(2백60억원)를 컴퓨터 설비에 투자,「미래의 대학」에 도전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컴퓨터 이용 율에서 단연 전미 제l위를 기록할 정도다.
『자유자재로 퍼스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졸업생이야말로 내일의 기업을 맡을 귀중한 인재가 될 수 있다.
이 대학 요람에 적혀 있는 선전문구. 오는 85년 가을까지 7천5백대의 퍼스널 컴퓨터를 도입, 학생 자택, 기숙사, 교수실, 연구소, 도서관, 대학 사무실 등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메인 컴퓨터에 접속되어 있어 대학 전체가 컴퓨터 네트워크가 된 셈이다.
대학의 컴퓨터 센터는 벌써 1BM사에 대학 교육형 퍼스널 컴퓨터 개발을 의뢰했다. 대학 측에서 1천만 달러, IBM사가 2천5백만 달러를 내놓았다.
앞으로 이 컴퓨터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대학엔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가령 학생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책이나 잡지, 신문을 찾아 읽을 수 있다. 워싱턴(수도)의 국정 조사국 데이터 뱅크로부터도 원하는 통계를 앉아서 찾아 쓸 수 있다.
연극 부문의 학생들은 무대장치의 디자인이나 화면을 컴퓨터로 연구한다. 음악학도 들도 역시 컴퓨터로 작곡, 그 자리에서 연주 효과도 실험할 수 있다.
교수들은 강의실에 나타날 필요가 없다. 강의내용을 컴퓨터에 수록, 학생들은 강의실에 오지 않고 집에서 그 강의를 받을 수 있다.
무인공장이 아니라, 무인 대학이 가능해진 것이다.
퍼스널 컴퓨터의 값은 1대에 약 3천 달러. 경제적으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등록금 7천∼8천 달러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비용이다.
대학의 컴퓨터화, 곧「무인 대학」은 멜런 대학만의 경우가 아니다
뉴욕의 클라크스 공과대학, 필라델피아시의 드렉셀 대학도 퍼스널 컴퓨터 도입에 착수했다. 학생의 부담을 더는 방법으로 한 학기 대여비가 2백 달러. 물론 「무인 대학」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대학은 개성이 다른 학생들로 이루어진 양식과 지성의 산실이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계인간」에 대란 한 의논이다.
그러나 누가 회의하든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무인 대학, 무인교회, 무인시장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세계가 낙원일지, 실낙원일지는 아마 컴퓨터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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