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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DJ 볼륨 U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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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청취율은 전체적으로 하락세지만 자정 이후 청취율은 '올빼미족'의 증가로 오히려 오름세다.

방송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건 당연지사. 특히 밤 12시~새벽 2시 프로그램의 DJ는 신참 아나운서는 언감생심, 인기 연예인들도 기회를 얻기 쉽지 않다.

현재 이 시간대 FM 라디오의 최대 강자는 SBS 파워 FM(수도권 107.7㎒)의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 이에 맞서 MBC FM(91.9㎒)이 지난해 가을 개편 때 가수 유희열을 긴급 투입했다.

12일 개편한 KBS-2 FM(89.1㎒)도 매니어층으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새벽 2시로 옮기고 '개그콘서트'의 스타 박준형.김다래를 비장의 카드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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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지쳐 잠들게 하리라

"우아~ 우리 이뽀? 우아~"

'개콘'의 '우비 삼남매' 코너에서 호흡을 맞춰온 박준형과 김다래가 라디오 마이크 앞에 섰다. 12일 밤 12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된 '박준형.김다래의 라디오 천하무적'으로 DJ 신고식을 치룬 것.

어린 시절부터 '달이 빛나는 밤에의 달밤지기 박준형입니다'라며 친구들을 웃겼다는 박준형이나 "시골 출신이라 TV보다는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는 김다래 모두 '라디오키드'들이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좋은 데다 빠르고 정확한 발음을 가진 개그맨이라는 것이 이들의 장점이다.

물론 가장 큰 무기는 웃음이다. "TV나 대학로 무대에선 미처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레파토리로 깊은 밤이 지루했던 사람들을 웃다 지쳐 잠들게 해주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아무래도 개인기와 입담이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만담방송'이라고까지 불리며 인기 돌풍을 일으켰던 밤 10시대의 '박수홍.박경림의 FM 인기가요'와는 차별화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지다. 최재성 PD는 "웃음과 음악이 조화된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연인같이 혹은 누나같이

KBS가 이렇게 색다른 전략을 택한 것은 사실 같은 시간대 SBS의 DJ 정지영 아나운서가 '따라잡기엔 너무 먼 당신'이기 때문.

진행자가 연예인도 아니고, 게스트도 없고, 또 사연을 보낸 애청자들에게 선물 하나 없는, 이른바 '3무(無)'의 '스위트 뮤직박스'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해 단순히 "심야시간대엔 역시 음악 전문 방송이라는 FM 본연의 자세가 먹히는 것"으로 풀이하고 비슷한 컨셉트의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래서 "정지영 아나운서의 '누나같고 연인같은' 목소리의 매력을 누를 만한 DJ를 찾기 전엔 같은 형식의 경쟁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젖어드는 청취자는 주로 10대나 20대 학생들이다. 특히 갖가지 사랑 이야기가 담긴 사연 소개 코너는 복무 중인 장병들과 그 연인들에게 인기다.

음악도 이들이 친근하게 느낄 만한 가요 중심으로 하루에 스무곡 가까이 소개한다. 신청곡들을 비교적 많이 소개하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매니어들은 여기 모여라

지난해 10월에 개편한 MBC도 음악 위주의 정공법을 택했다. 특히 TV스타 모셔오기 경쟁에서 탈피, 라디오형 뮤지션을 내세워 좀더 깊이있는 음악 이야기, 색깔있는 선곡을 한다는 것이 포인트. 밤 12시부터 진행되던 'FM 음악도시 이소라입니다'를 1시간 앞당기고 '유희열의 올 댓 뮤직(All That Music)'을 새벽 1시에 1시간 동안 배치한 것은 그 때문이다.

1997년부터 3년 반 동안 'FM 음악도시'를 진행하며 두터운 매니어층을 형성했던 그룹 토이의 가수 유희열은 1년 반 만에 DJ로 복귀했다. 남태정 PD는 "따뜻한 감성에 만화.영화.음악 등의 최신 흐름까지 꿰뚫고 있는 그만의 매력이 무엇보다 젊은 문화소비자층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평한다. 팝음악 중심이지만 트로트.판소리까지 끼워넣어 분위기를 띄운다.

때아닌 장대비와 함께 성큼 다가온 여름. 홀로 잠 못드는 밤이면 취향 따라 주파수를 맞추고 라디오를 '쿨'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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