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아름다움…'몸 낮춘' 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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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동화의 나라처럼 색상과 디자인이 아름다운 일본 후쿠오카 캐널시티의 공공화장실. 노약자와 어린이의 신체적 특성을 배려해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다.

▶ 현관의 턱을 모두 없애 장애인과 노약자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일본 미호박물관.

▶ 거리를 걷던 사람이 ‘예쁘다’고 다가가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도록 꾸민 ‘거리 가구’.

거리에 나서기가 무섭다는 사람이 많다. 보행자가 다닐만한 인도는 줄어들고 자동차를 위한 차도만 늘어나 걸어다니다 보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쌩쌩 달리는 차 위주로 계획되는 것이 한국 도시의 특징이다. 평균 수명이 높아진 요즈음, 노인을 위한 공간 배려가 아쉽다고 불평하는 장년층도 증가한다.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감싸안는 디자인이 부족한 현대 도시는 그 자체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이다.

10월 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간을 위한 도시 디자인'은 더 많은 이가 만족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생각해보는 전시회다. 요즈음 국제 디자인계의 주제로 떠오른 '유니버설 디자인'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는지를 사례별로 살폈다. 우리 나라 도시 환경이 사람에게 얼마나 불편하게 설계돼 있나 거꾸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평생 디자인'이라고도 부르는 디자인계의 최신 주제다. 장애인.노인.어린이 등 약자가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상품 창조를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신체적인 약함뿐 아니라 상황이나 나이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특정 부분의 불리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더 편하게, 더 안전하게, 더 풍요롭게를 외치는 소비자 중심의 생활 디자인이 지금 세계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디자인 중심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환영받은 '유니버설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우리 공공시설물 기획자가 한번 들렀으면 싶은 기획전이다.

일본 후쿠오카 복합 패션몰인 '캐널시티'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 화장실이다. 동화의 나라에 들어선 듯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알록달록 색상과 디자인이 화장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예쁘다. 어린이의 작고 여린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쓰기 쉽도록 차별화한 배려가 인상깊다.

덴마크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를 보여준다. 건물의 턱을 모두 없애 누구나 접근이 쉽도록 디자인한 일본의 미호박물관은 장애인 천국이다. 녹색식물원처럼 보이는 독일의 자전거 보관시설은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디자인 모범 사례다. 디자인은 생각 혁명이고 생활 개선이며 생명 중시의 실천 마당이다. 02-580-1496.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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