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에이전트 KAM… 히딩크부터 4연속 한국 감독 독점 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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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본프레레 감독이 사임한 지 21일 만에 새 감독이 선임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아드보카트-베어벡' 카드를 염두에 두고, 다른 후보들과는 아예 접촉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지난 2일 21명의 후보 가운데 7명을 추렸다. 이때 기술위원들 사이에서는 "차기 감독은 이미 내정돼 있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가삼현 협회 대외협력국장이 5일 밤 아랍에미리트로 날아가 아드보카트와 만났다. 6일 첫 접촉은 사실상 계약서에 사인을 앞두고 최종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 자리에서 베어벡과 고트비를 뽑아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협회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독일 월드컵까지 준비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한국 축구와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의 가세가 아드보카트의 감독직 수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협회의 불투명한 일처리를 놓고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영국에 기반을 둔 스포츠 에이전트 업체인 KAM의 입김이 이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KAM은 2001년 히딩크 감독부터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본프레레 감독에 이어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계약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사령탑을 데려올 때마다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했다. 4명의 외국인 감독이 모두 KAM 소속이다. 본프레레의 경질설이 흘러나오면서 다른 에이전트들이 축구협회에 보비 롭슨(잉글랜드), 베르티 포크츠(독일), 마르셀로 비엘사(아르헨티나) 등 유력 후보들을 추천했지만 협회는 처음부터 KAM의 손을 들어줬다.

협회는 또 원활한 협상을 위해 철저한 비공개 원칙을 밝혔지만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홍역을 치렀다. 특히 '아드보카트가 기술위원회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기술위원회 문건이 유출돼 파문을 일으켰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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